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처음 도입되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씁쓸하다. 당시만 해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한다는 것은 많은 사업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실제로 한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대부분의 소규모 사업주가 느꼈을 감정은 놀라움과 당혹감에 가까웠을 것이다. 제도는 이미 만들어졌지만, 현실의 현장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남성에게까지 육아휴직을 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는 매우 보수적이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장려해 왔다. 육아를 여성에게만 맡기던 사회 구조를 바꾸고, 부모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는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그러나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현실과 맞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몇 명의 직원이 전부인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직원 한 명의 장기 휴직이 곧바로 운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휴직자가 복귀하면 인적 구조가 다시 흔들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임시로 채용한 대체인력을 내보내는 일 또한 간단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이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육아휴직 기간 발생하는 보험 부담이나 퇴직금 적립 문제, 대체인력 채용 비용 등은 대부분 사업장의 몫으로 남는다. 규모가 큰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였다. 이 때문에 사업주와 직원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과 불신이 생기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육아휴직 제도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의 상당수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매우 역설적인 결과다. 급여 수준이 낮은 근로자일수록 휴직 기간의 소득 감소를 감당하기 어렵고, 복귀 이후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결국 제도는 존재하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정부는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출생아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는 정책의 규모보다 정책 설계가 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육아휴직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제도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소기업과 자영업 현장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대체인력 지원과 비용 보전 같은 현실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제도가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거창한 구호보다 현실을 세밀하게 살피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는 종이 위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이제는 정책의 숫자보다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다. 곧 선거철이다. 배부른 사람이 이긴다면 배고픈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노병철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