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등록일 2026-04-02 16:34 게재일 2026-04-03 18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노병철 수필가

팔과 다리에 쥐가 자주 나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결책이 영양제다. 약국에서 권하는 마그네슘 제제를 사서 복용하는 일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실제로 마그네슘은 근육 경련 완화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정확한 진단과 상관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좋다더라”라는 말만 믿고 약을 먹는 습관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일상화된 모습이다.


최근 주변을 둘러보면 약을 챙겨 먹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비타민은 기본이고 각종 건강기능식품, 심지어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기능을 강화한다는 약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약 90%가 3개월 이상 처방 약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 심혈관 질환 등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환을 생각하면 약물 복용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약을 ‘필요해서’ 먹는 것과 ‘막연한 기대’로 먹는 것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우려스러운 현상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건강 정보가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병원 치료보다 자연 요법이나 약초를 더 신뢰하며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의존하기도 한다. 중병을 앓다가 산속에서 약초를 먹고 완치됐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반복됐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대부분 개인의 경험담일 뿐 의학적 근거로 보기 어렵다. 현대 의학이 축적해 온 치료 방법과 약물의 역할을 무시한 채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기대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기능이 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젊을 때 아무리 강인했던 신체라도 세월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병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환상보다는 증상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물 복용과 정기적인 검사, 생활 습관 관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정작 필요한 관리보다 편의와 습관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이나 진료는 미루면서 영양제나 건강식품에는 쉽게 손이 간다. 또래 친구들과 모여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는 약부터 찾는 모습 역시 낯설지 않다. 몸은 분명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생활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약과 건강에 대한 태도 역시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약은 분명 많은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 없이 남용되거나 근거 없는 정보에 흔들린다면 약은 치료가 아니라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순하다. 자기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다. 약을 둘러싼 우리의 태도 역시 이제는 경험담이 아니라 근거와 책임 위에서 다시 정리되어야 할 때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방송에서 한때 글루타치온이 유행이더니 요즘은 ‘알부민’이 뜬다.

/노병철 수필가
 

노병철의 요지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