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철강·섬유 타격 불가피⋯“환리스크 선제 대응 시급”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하고 국제유가가 100달러 안팎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대구경북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확보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 상승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최근 ‘환율 1500원 돌파와 국제유가 100달러선이 지역 무역업계에 미치는 영향’ 긴급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리포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17.3원을 기록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400원 이상 고환율 국면도 486일 넘게 이어지며 역대 최장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중동 분쟁 영향으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WTI는 99달러, 브렌트유는 112달러 수준까지 올라 분쟁 이전 대비 40~50% 급등했다.
이 같은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수출 실적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1~2월 기준 대구 수출은 13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고, 경북은 67억 6000만 달러로 14.7% 늘었다.
대구는 이차전지 소재가 80.2%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끌었고, 인쇄회로·화장품도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경작기계(-33.0%), 폴리에스터 직물(-24.6%) 등 전통 제조업은 부진했다.
경북은 무선전화기(255.1%)와 산업용 전자(53.9%) 등 IT 제품군이 수출 증가를 견인했지만, 자동차부품(-5.5%), 철강제품(-8.2%) 등 주력 산업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향후다. 환율과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업종별로 ‘수출 증가 효과’보다 ‘비용 상승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부품 업종은 수출 비중이 80% 이상으로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수혜를 볼 수 있지만, 국내 협력업체 중심 공급망 구조 탓에 납품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결국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업은 철광석과 원료탄 수입 비용 상승에 에너지 비용 증가까지 겹치며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고, 섬유업 역시 원유 가격과 연동된 원료 구조로 환율과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IT·반도체 분야는 대기업 중심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장비와 소재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며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차전지 소재 역시 수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핵심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비용 상승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이번 상황을 단순한 ‘일시적 변수’가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보고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수록 공급망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환변동보험 등 환헤지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업종별 맞춤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