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제2관 건립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최근 착공식을 갖고 공사에 들어갔다. 총사업비 340억 원이 투입되는 제2관은 연면적 5881.12㎡, 지상 2층 규모로 현재 포항시립미술관이 위치한 환호공원 부지 내에 들어서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외형, 비슷한 동선, 비슷한 전시실을 가진 ‘붕어빵 공공미술관’이 또 하나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많은 미술관은 ‘지역의 얼굴’이라기보다 ‘행정시설의 확장판’에 가까웠다. 전시 기획 전문가이자 미술사학자인 김모 박사는 “건축물이 예술이 아니라 행정의 하위 개념으로 취급되면서, 공간은 무난함과 안전성만을 추구해왔다”며 “그 결과, 어느 도시의 미술관에 가도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포항시가 밝힌 제2관의 기능은 전시실 2개, 수장고, 아카이브실을 비롯해 시민 참여형 체험·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교육공간과 세미나실 등이다. 외부에는 자연 속 휴식을 위한 다양한 쉼터가 조성돼, 단순 전시 공간을 넘어 시민과 소통하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기존 제1관이 철 기반 작품을 지속적으로 수집·연구하며 ‘볼거리’ 중심의 미술관으로 운영된다면, 제2관은 동시대의 다양한 이슈를 다차원적으로 다루는 ‘체험형’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방향성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구상이 과연 ‘포항만의 얼굴’을 가진 공간으로 구현될 수 있느냐다.
이 지점에서 다시 떠오르는 화두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문화적 전환’이다. 지금까지 포항을 찾는 관광객의 주된 목적은 죽도시장의 활어와 과메기, 해산물과 같은 먹거리였다. 미술관은 식사를 마친 뒤 시간이 남으면 잠시 들르는 부차적 코스에 머물렀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 도시는 이 순서가 거꾸로다. 사람들은 공간 그 자체를 보기 위해 도시를 찾고, 그 과정에서 음식과 거리, 일상의 풍경을 함께 경험한다. 건축물이 여행의 목적이 되고, 그 공간이 도시의 브랜드가 되는 구조다.
실제로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이 공식을 이미 증명해왔다.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는 쇠락하던 공업 도시의 운명을 바꿔놓았고,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는 도시 그 자체를 상징하는 얼굴이 됐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폐발전소를 세계 최고 수준의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으며, 미국 뉴욕의 뉴욕 현대미술관은 현대미술의 흐름을 규정하는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와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일본 가나자와의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역시 건축 그 자체가 도시의 상징이 된 사례들이다.
사람들은 전시 목록보다 먼저 “그 공간을 보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문제는 이러한 비전이 실제 건립 과정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반영되느냐다. 자칫하면 정치적 성과에 매몰돼, 서둘러 짓는 평범한 건축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세계인이 찾는 명소와 걸작은 결코 행정 일정표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세계적인 문화건축물 대부분은 수차례의 설계 수정과 치열한 논쟁, 그리고 수십 년에 가까운 시간의 축적 끝에 완성됐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세계의 명작 건축물은 도시 이름보다 먼저 ‘누가 설계했는가’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어느 도시의 미술관인가”보다 “어느 건축가의 작품인가”를 묻고,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비행기에 오른다.
포항의 미술관이라고 해서 왜 그런 건축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인가.
지금 포항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공공시설이 아니다. 또 하나의 기념관처럼 기능만 채운 건축물이 아니라,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도시를 대표하는 얼굴로 남을 단 하나의 걸작이다.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얹는 마구잡이식 발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결과는 언제나 안전하지만 기억되지 않는 건축물일 뿐이다.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은 단순한 증축 사업이 아니다.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문화적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철강 도시라는 단일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포항에는 이제 ‘빨리 짓는 미술관’이 아니라 ‘오래 남는 미술관’이 필요하다. 세계인이 “누가 설계했는가”, “어떤 건축 철학이 담겼는가”를 묻고 찾아오는 미술관,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공간. 시민에게는 자부심을, 세계인에게는 경이로움을 안기는 미술관. 그것이 포항시립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