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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수묵화 설경에 마음도 설렌다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6-02-17 10:23 게재일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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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이 아름다운 여행지 5선

겨울은 풍경을 비워내는 계절이다. 불필요한 색을 덜어내고, 선과 결만 남긴다. 그 위에 눈이 내려앉으면 풍경은 한 편의 수묵화가 된다. 설경이 아름다운 여행지 다섯 곳을 골랐다. 발걸음은 가볍게, 마음은 내려놓고 풍경속으로 걸어가보자. 

△ 천년 고도의 눈부심, 경주 불국사 

눈이 내린 불국사는 천년의 결을 더 뚜렷하게 드러낸다 _한국관광공사 제공 

눈이 내린 불국사는 시간마저 고요해진다. 다보탑과 석가탑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은 천년의 결을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화강암의 차가운 숨결 위로 내려앉은 흰 눈은 오히려 따뜻하다.
겨울 아침, 해가 낮게 떠오르는 시간에 찾으면 탑과 대웅전 처마선이 가장 또렷하다. 경내는 비교적 완만해 설경 산책이 수월하지만, 계단 구간은 미끄럽다. 아이젠이나 미끄럼 방지 신발을 권한다.
경주 시내 황리단길과 동궁과 월지를 묶으면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한옥 카페에서 차 한 잔 곁들이면, 설경은 기억이 된다.

△ 설국의 정원,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가지마다 눈이 내려앉아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는 월정사 숲길._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눈은 깊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겨울이면 은빛 터널이 된다. 하늘을 찌를 듯 선 전나무 가지마다 눈이 내려앉아, 길은 고요한 성소가 된다.
숲길은 약 1km 남짓. 완만해 가족 동행도 가능하다. 인근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은 설경 속에서 더욱 단아하다. 눈이 많이 내린 직후보다는 하루쯤 지난 뒤가 좋다. 길이 정돈되고, 나뭇가지의 눈도 안정된다.
대관령과 진부면 일대 숙소를 미리 예약하면 새벽 설경을 놓치지 않는다.

△ 호수 위에 내린 침묵, 남이섬 

겨울연가의 촬영지 남이섬 _한국관광공사 제공 

남이섬의 겨울은 나무가 주인공이다. 메타세쿼이아길과 은행나무길은 눈을 이고 선 채 직선의 미학을 보여준다. 강바람이 매섭지만, 그 바람 덕에 눈은 오래 남는다.
섬은 배로 오간다. 강이 얼어붙는 한파에도 운항은 대부분 정상 운영된다. 평일 오전이 한적하다. 설경 촬영은 역광을 피하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낮은 햇살을 노리면 좋다.
춘천 닭갈비 골목에서 따뜻한 식사로 여정을 마무리하면 겨울 여행의 균형이 맞는다.

△ 한라의 흰 숨결, 한라산 국립공원 

눈부신 설원 백록담의 겨울 풍경_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의 겨울은 의외로 선명하다. 한라산이 눈을 이면, 섬은 또 다른 표정을 갖는다. 성판악·관음사 코스는 체력에 맞춰 선택하되, 기상 통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정상 백록담은 기상 조건에 따라 접근이 제한된다. 대신 어리목·영실 코스는 비교적 접근성이 좋고, 눈 덮인 오름과 기암의 대비가 뛰어나다. 아이젠과 방풍 장비는 필수.
하산 후에는 제주 흑돼지나 고기국수로 체온을 되찾자. 설산과 바다를 하루에 품는 경험은 제주에서만 가능하다.

△ 눈꽃 능선의 파노라마, 설악산 국립공원 

울산바위 인근의 겨울 풍경_한국관광공사 제공 

설악산의 겨울은 장엄하다. 울산바위와 권금성 일대는 눈꽃이 피면 장대한 수묵이 된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접근이 수월하지만, 바람이 강하면 운행이 중단된다. 비선대까지는 비교적 완만해 가족 산책에 적합하다. 본격 산행은 장비와 경험을 갖춘 이들에게 권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방한 대비는 과할수록 좋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따뜻한 어묵 국물을 들이키면, 겨울 산의 긴장이 부드럽게 풀린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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