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추억을 먹으러 가다

등록일 2026-02-18 17:47 게재일 2026-02-19 12면
스크랩버튼
 K-밥 헌터스 포항 중앙상가 맛집

옛 기억의 약속 장소 우체국서 만난 다섯 명 친구들과 ‘포항 중앙상가’ 투어
명승원만두 시작으로 시민제과·아라비카·초원통닭까지 추억의 입맛 소환
Second alt text
명승원만두
Second alt text
시민제과

친구들과 포항 중앙상가 투어를 했다. 동지여중 시절, 학교에서 걸어 나오면 수다 몇 마디 조잘거리다 보면 바로 시내였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명승원’이 있었고, 몇 걸음 더 가면 밀크쉐이크 맛집인 시민제과였다. 튀김만두에 쫄면으로 허전한 배를 채운 후에 제과점으로 달려가 밀크쉐이크로 입가심을 했었다. 옆 테이블에는 같은 학교 친구들이 깔깔대며 방과 후를 즐겁게 보냈었다. 함께 간 J는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포항으로 직장을 정한 후 제일교회에 다녀서 시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 시절은 걸어서 갔던 시내에 지금은 차를 타고 가니 주차장이 필요하다. 육거리 가까이 공영주차장 타워가 있어서 그곳에 두고 우체국까지 걸었다. 늘 약속 장소는 우체국 앞이니까. 오늘도 그랬다. 우체국 건물이 오래전 모습이 아닌 새 옷을 입고 반짝이는 모습으로 얌전하게 우리를 맞았다. 마치 친구네 삼촌이 사업에 성공하여 고향을 지키며 놀러 온 우리에게 오랜만이라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다섯 명이 우체국에서 만나 첫 코스로 명승원만두(054-232-5658)로 향했다. 우체국 앞에 있다가 지금은 죽도시장 쪽으로 좀 더 옮겨 앉았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들로 가게 안이 꽉 찼다. 자리를 마련해줘서 앉으니, 메뉴가 써진 계산서와 볼펜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가게가 자리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명승원은 종이와 볼펜이라 아주 매력적이다. 군만두 하나, 비빔만두 하나, 쫄면 하나, 찐만두까지 네 개를 시키니, S가 양이 부족하지 않냐고 물었다. 오늘 우리는 4차까지 가야 하니 배를 다 채우면 안 되니 일단 여기까지!

계산서가 그대로이듯 만두 맛은 예전 그 맛이었다. 첫 군만두는 간장에 콕, 두 번째는 쫄면에 말아 호로록, 단무지는 찐만두와 환상의 호흡을, 비빔만두는 끝맛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며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이라고 했다. 사장님과 딸, 며느리, 주말엔 아이들 돌봐야 하면 여동생이 빈자리를 채운다고 했다.

2차는 ‘시민제과(0507-1302-2330)’다. 1949년에 ‘시민옥’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후 3대째 이어오는 가게다. 그사이 어떤 빵이 생겼나 쟁반과 집게를 들고 한 바퀴 돌며 살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정구지퐝’이 제일 눈에 들어와서 쟁반에 올리고, 포항마들렌과 오래 사랑받는 찹쌀떡, 늘 먹었던 ‘사라다빵’까지 올리니 한가득이다. 밀크쉐이크도 주문해서 2층에 앉아 추억을 꺼냈다. 빙수 먹으며 미팅했던 이곳 바로 맞은편 시민극장에서 영화 봤던, 포항 백화점으로 무궁화 백화점으로 옷 사러 다닌, 맞은편 금강제화에서 구두티켓으로 명절맞이 새 구두를 샀던 기억까지 소환하다 보니 커피가 간절했다. 큰길 건너편 아라비카로 향했다.

Second alt text
 아라비카에서 시킨 음료수.

신호등 앞에 서니 그 시절에는 조흥은행이 있던 곳에 신한은행이 있었다. 그 너머에 아라비카가 있다. 각자 좋아하는 커피와 음료수를 주문하며 20대에 아라비카와의 추억을 나누었다. 그사이 오후 햇살이 기울어 어두워지니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초원통닭(054-247-3313)’이 우릴 기다렸다. 걸어서 가며 보니 화려하던 거리가 썰렁해져 많이 아쉬운 마음이었다.

Second alt text
초원통닭의 삼계탕. 

초원 통닭의 여러 메뉴를 골고루 시켰다. 마리 째 튀긴 영계 통닭에는 마늘 소스를 뿌려 달라고 하고, 안주(按酒)인 닭똥집은 튀겨서 파와 당근을 넣은 무침을 올려주어서 상큼했다. 대표 메뉴인 삼계탕은 맑고 깔끔했다. 치킨무와 깍두기, 무와 고추를 절인 장아찌가 입맛을 돋우었다. 저녁 시간 내내 배달하는 스쿠터 기사들이 드나들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오래 한자리를 지켜주어서 고마웠다. 

/김순희 시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