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울릉도 현대사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만덕호 전복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50주기를 맞았다. 1976년 1월 17일, 일주도로조차 없던 시절 섬 주민들의 유일한 발이었던 7.2톤 목선 만덕호는 거센 파도 속에 천부항 접안을 시도하다 끝내 침몰했다.
37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다에 잠겼고, 그 안에는 만삭의 임산부와 일가족 등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일상이 담겨 있었다. 이 비극적인 참사 속에서도 우리는 50년째 잊지 못하는 이름이 있다. 당시 천부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었던 고(故) 이경종 선생님이다.
사고 직전 교육공로 표창을 받을 만큼 헌신적이었던 그는 사고 현장에서 수영 실력을 발휘해 스스로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바다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제자들을 발견하자 주저 없이 자신이 붙잡고 있던 목판을 내주었다. 선생님은 끝내 제자들과 함께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기억은 추모에 머물 때 사라지지만, 제도가 될 때 비로소 다음 세대를 지키는 힘이 된다. 다행히 올해 울릉교육지원청은 ‘제1회 이경종 스승상’을 제정해 그 숭고한 희생을 울릉 교육의 자산으로 승화시켰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순직비의 향토 문화유산 지정과 선생님의 이름을 딴 도서관 건립 등 지역 사회 차원의 체계적인 예우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추모의 완성은 ‘비극의 재발 방지’에 있다. 50년 전 참사의 본질은 열악한 항만 인프라와 섬 해상 여건을 고려하지 못한 소형 여객선 운항이라는 구조적 인재(人災)였다. 사고 이후 일주도로가 뚫리고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지만, 바닷길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다. 현재 섬 주민들은 KTX보다 km당 2.5배 비싼 요금을 내면서도, 선사의 경영난과 선원 고령화, 수익성을 이유로 반복되는 인위적 결항이라는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제 해답은 명확하다. 국가가 직접 여객선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여객선 공영제’의 전면 도입이다. 이는 대통령의 공약이자, 섬 주민의 생명권과 이동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바다 위 여객선은 섬 주민에게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육지와 연결된 ‘움직이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참사의 기억을 연대의 힘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비극을 반복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만덕호 50주기를 맞는 지금, 이경종 선생님이 제자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었던 그 ‘목판’을 이제는 국가가 ‘여객선 공영제’라는 이름으로 섬 주민들에게 내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