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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주는 기쁨을 잃어버리지 말자

등록일 2025-12-30 16:30 게재일 2025-12-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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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따라비오름의 일출. 2026년 새해에는 감격의 순간을 글로도 기록해보자.

어느 시인의 글을 읽다 마음이 찡해졌다. 가난한 소년 시절 아궁이에 군불을 땔 때 열기로 데워진 무릎을 가만히 안고 있는 동안 어떤 느낌이 찾아왔다고 했다. 무어라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 느낌, 말로는 설명할 수는 없는 느낌. 무언가 아른아른하면서도 따듯한 느낌. 어른이 된 후 힘든 세상과 맞부딪쳐야 할 때면 그때의 그 느낌이 서늘해진 가슴에 다시 온기를 준다고 했다. 그 느낌에 공감하는 건 어린 날 나도 똑같은 체험을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을 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모두 다 보여주는 화면이 아닌 글을 통해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 아닐까. 글을 읽으면 작가의 체험에 동화되어 잊고 있었던 사물의 본질을 일깨우게 된다. 더 나아가 인간만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사이의 정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현대사회는 이제 영상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거의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 어느 곳을 가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잠시라도 화면에서 멀어지면 불안감을 느낀다. 특히 자극적인 짧은 영상에 노출된 사람들은 지그시 긴 영상을 보는 것조차 견디지 못한다. 그러니 긴 문장의 글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은 더 문제다. 지금 40~50대가 자랄 때만 해도 과잉행동장애는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ADHD가 흔한 증상이 되었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못하고 과잉 자극에 노출되었다는 결과이리라. 학생들의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도 자주 언급된다.

글을 통해 좀 더 천천히 세상을 보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할 듯하다. 단순히 글자를 아는 것과 지식을 습득하는 것 말고의 글 읽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화면 속의 가상 세계에서만 살지 말고 내 눈 앞에 펼쳐진 진짜 세상을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 요즘은 아무리 좋은 것을 보아도 사진 찍고 영상 찍기에 바쁘다. 그렇기에 생생한 세상을 내 눈으로 보는 것을 놓치고 만다. 조금만 주의 깊게 바라보면 참 아름다운 풍경이 많이 있다. 그건 꼭 대단하고 벅찬 것만이 아니다. 무심코 내다본 창밖 저녁놀이 눈부시게 아름다울 때, 부풀었던 꽃망울이 밤사이 활짝 피었을 때, 굳은 땅에 연초록 새싹들이 오밀조밀 앙증스럽게 돋아날 때 바로 그런 때이다. 미처 깨닫지 못했으나 신이 곳곳에 숨겨둔 위로의 손길을 발견하는 때가. 마치 엄동설한 십 리 산길을 걸어온 내 언 발을 꼭꼭 주물러 주던 엄마의 따뜻한 손길 같은 위로이다.

새해에는 짧은 글이라도 그 감동을 글로 쓰고 글을 읽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독서하는 일을 목표로 삼아도 좋겠다. 자극적인 영상에서 잠시 벗어나 글이 가지는 위로와 아름다움을 더 많이 느끼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엄다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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