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서진국) ‘2025년 12월 정례회의’가 29일 본사 1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이날, 지난 12월 한 달간 경북매일에 실렸던 기사들을 되짚어 보며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독자권익위원들의 경북매일 지면에 대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정리했다.
△서진국(전 포항시 북구청장) = 18일자 1면 톱 ‘줄은 더 길어졌고··· 밥은 더 빨리 동났다’는 시기 적절한 보도였다. 이 기사는 무료급식소 앞의 긴 줄을 통해 노인 빈곤과 돌봄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단순히 동정적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경기 침체·후원 감소·고물가 등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료급식소의 운영 한계, 봉사 인력 부족 문제를 짚어내며 공공 정책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장 데이터와 관계자 증언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 점이 돋보인다. 다만 이용자 증가 추세의 구조적 원인 분석이 부족했다. 향후에는 통계 자료, 지자체의 재정 지원 현황, 타 지역 대응 사례 등을 제시해 독자의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역할, 제도적 대안에 대한 후속 보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민간 선의에만 의존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공공 책임 강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상준(향토사학자) = 25일 홈페이지에 실린 ‘AI가 찾고 드론이 경고···해경, 구조 골든타임 앞당긴다’ 는 기술 발전이 행정에 접목된 변화의 사례다. 과거 사고 후 구조에 나섰던 바다는 이제 AI가 위험을 미리 탐지하고 드론이 실시간 경고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해양 사고의 공통된 비극은 ‘조금만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새 시스템은 조난자 발견 시간을 단축하고, 구조대 도착 전 드론 경고 방송으로 갯벌 해루질이나 야간 사고 예방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스마트한 바다’가 보여주기식 장비가 되지 않으려면 인력 보강과 현장 중심 운영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변화는 긍정적이다. 사고 전 경고와 예방 뉴스가 늘어나는 바다를 기대한다.
△박춘순(전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 = 24일자 문화면의 “국내 최대 규모 음악제 서울 ‘2026 교향악축제’ 참가···포항시향 위상 높일 것” 기사를 읽었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이 내년 4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38회째 교향악축제에 참가해 위상을 높일 예정이다. 포항시향은 2006, 2011, 2021년에 이어 네 번째로 이 무대에 오르며, 5년 만의 공연에서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차웅 예술감독은 “이번 참가가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성장을 증명하고, 포항시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관객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차웅 지휘자의 역동적인 해석과 세계적 피아니스트 임동민의 협연은 깊은 감동을 선사해 문화도시 포항의 위상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미정 ODS 다문화교육연구소 포항지사장 = 12일자 7면 ‘이민의 도시 포항을 묻다’ 기획 기사를 잘 읽었다. 포항은 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이 제조업, 물류, 농업 등 핵심 산업과 일상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들을 ‘잠시 머무는 인력’으로 보는 인식과 제도적 미비는 심각한 문제다. 주거 계약 배제, 언어 장벽, 노동권 미흡, 의료·행정 서비스 이용 어려움은 외국인 정착을 가로막고, 이로 인해 지역사회 전체의 불안 요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외국인을 ‘정착 대상’으로 인정하고 주거 안정 지원, 다국어 행정 시스템 구축, 의료 접근성 강화, 노동권 보호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지역 경제 안정과 공동체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이자 인구 감소 충격을 완화할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신현자(라온재심리상담연구소장) = 올해 초 포항시립미술관 지역원로작가 초대전의 주인공인 화가 박수철의 산문집 ‘오늘도 나는 이젤 앞에서 서성입니다’가 출간됐다. 23일자 문화면 기사에 의하면 이 책은 박 작가의 평생 일기와 편지를 엮은 기록으로, 70대 중반까지 고난 속에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내밀한 삶을 담고 있다. 포항 지역 출판사 도서출판 ‘득수’가 출간을 맡아 의미를 더했다. ‘득수’의 김강 대표는 “박 화백의 작품과 기록에는 예술을 향한 집념과 삶의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며, 건물 2층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작품전도 관심을 당부했다. 이번 산문집은 단순한 출간을 넘어, 한 예술가의 지난한 여정과 그를 지원한 지역 문화예술 후원자의 ‘아름다운 동행’이 맺은 결실로 평가받는다.
△류영재(전 포항예총 회장) =24일자 ‘장동혁의 ‘尹어게인 人事’···극우의 길 가나’ 논설을 읽고 답답함을 느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섰으나, 토론 시작과 동시에 여당 의원들은 퇴장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20여 명만 남아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문제는 당대표의 인사 정책이다. 그가 임명한 당무감사위원장,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국민소통특위 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윤 어게인’ 스피커로 통하는 극우 성향 인물들이다. 이들은 비상계엄 찬성을 공개 표명하고 친한계를 공격하며 당내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 국민들은 극우와 극좌의 극단적 대립에 공감하지 못한다. “탐욕적 이기심”과 “맹목적 사랑”으로 양극화된 정치에 환멸을 느낄 뿐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정말 실현 불가능한 꿈인가.
△황병기(전 포항시 도시해양국장) = 경상북도가 ‘APEC 2025 KOREA’ 성공 개최를 발판 삼아 국제행사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24일 자 1면 ‘경북도, 포스트 APEC 위해 2030 국제행사 전략 마련’ 기사에 의하면, 경주 APEC을 통해 국제회의와 마이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전담 조직인 ‘마이스 산업팀’을 신설하고 경북의 문화유산과 산업, 자연환경 등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국제행사가 유치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경북에는 구미 전시컨벤션센터, 안동컨벤션센터,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그리고 2027년 개관 예정인 포항 전시컨벤션센터 등의 국제회의장이 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치밀한 계획 수립과 전략적인 추진으로 컨벤션센터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노정구(포항대 학생입학처장) = 마라톤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 운동이 제한되자 골프, 테니스, 등산이 인기를 끌었고, 그 흐름이 달리기로 이어졌다. 건강 증진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되지만 마라톤은 분명 고된 운동이다.내년 4월 예정된 제33회 경주벚꽃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이 화제다. 23일자 ‘경주벚꽃마라톤 신청 이달말로 연기⋯신청자 몰리며 인터넷 접수창구 장애’ 기사에 의하면, 18일부터 시작된 신청 접수가 예상을 훨씬 넘는 신청자로 인해 웹사이트가 마비되어 부득이 연기됐다. 봄날 벚꽃길을 달리는 대회에 참가 희망자가 많은 것은 긍정적이나, 이처럼 폭발적 반응의 배경이 궁금하다.
△이형(포항학산종합사회복지관장) = 23일 홈페이지에 실린 ‘AI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의 그늘, 전력과 물’ 기사를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세상은 지금 ‘데이터 전쟁’ 시대라 할 수 있다. AI가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놀라운 일들을 수행하는데, 그 이면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AI 데이터센터가 존재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실행하는 초고성능 연산 시설이며, AI 서버의 운영을 위해서는 많은 전력과 고효율의 냉각이 필수적이라 한다. 포항을 비롯한 국내 여러 지자체에서 AI용 데이터센터의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해외의 사례에서 볼 때 유치 이후의 냉각수 확보와 순환·재활용 기술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데이터센터 입지를 잘 따져봐야 하며,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수의 담수화시설 등 종합적인 대책과 손익을 잘 살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김민규(포항 대동중 교장) =12월이 되니 송년 모임이 이어진다. 그런데 26일 자 12면 “송년회 풍경이 말해주는 달라진 술 문화” 기사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기성세대에게 술은 인간관계의 윤활유이자 사회생활의 필수였다. 상사의 술 권유는 의무였고, 2~3차는 당연시됐다. 술 거절은 무례함으로 여겨졌으며,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사회성 좋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시지 않는 선택도 존중받는다. ‘술 없어도 친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술 때문이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음주 방식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의 진전을 의미한다. 기성세대 애주가들에겐 아쉬울 수 있으나, 분명 바람직한 변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