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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된 이웃들, 아파트에 온기를 전하다

황인무 기자
등록일 2025-12-24 20:44 게재일 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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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선물로 되살아난 공동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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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아파트에서 산타로 변신한 주민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엄마 아빠, 우리 집에 산타 할아버지가 왔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7시30분 대구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빨간 옷을 입은 산타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선물 꾸러미를 한가득 든 이들은 다름 아닌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혹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며 단지를 누비는 ‘주민 산타’들의 모습에 단지는 금세 동화 속 풍경으로 바뀌었다.

산타들은 아파트 곳곳을 바쁘게 오갔다.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앞마다 “왔다”라는 아이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어떤 아이는 산타를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멀찍이 서서 바라보다가, 선물을 건네받고 나서야 활짝 웃었다. 부모들은 그 모습을 조용히 사진에 찍으며 추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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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아파트에서 산타로 변신한 주민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산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복도 끝에서 아이의 환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산타 할아버지”라고 외친 아이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을 반짝였고, 산타가 건네준 선물을 꼭 껴안았다.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아이들의 표정에 주변 어른들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날 행사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부모들이 미리 준비해 관리사무소에 맡겨 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 복장을 한 주민 봉사자와 자녀들이 직접 각 가정을 방문해 전달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려는 산타 지원자가 많아 행사에 앞서 면접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크리스마스이브 이벤트였지만, 이날의 기억은 아이들에게 오래 남을 듯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단지에는 크리스마스의 온기가 오래도록 머물렀다. 이 아파트단지는 ‘주민 산타’라는 작은 실천을 통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웃는 따뜻한 공동체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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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로 변신한 주민들 모습.

이순화 청라힐스자이 관리소장은 “코로나19 이후 다소 멀어졌던 공동체 분위기가 안타까웠다”면서 “특히 주민주도로 운영돼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추억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전해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아이가 진짜 산타를 만난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며 “이웃들이 직접 산타가 되어주는 모습에서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느꼈다”고 했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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