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은 수십 년째 제자리”… 화장실 개선·관리 체계 재정비·사후 허가 등 대책 요구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인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주변 관리시설이 수십 년째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동시의회 여주희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제263회 안동시의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에서 용계리 은행나무 주변 관리시설 운영 미비와 행정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실질적인 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용계리 은행나무는 약 700년의 역사를 지닌 국가유산으로, 임하댐 건설 당시 수몰 위기를 겪었으나 세계적으로 드문 방식의 상식공사를 통해 현재 위치로 이전돼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여 의원은 “나무 자체 보호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이를 둘러싼 관리 현실은 천연기념물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장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30여 년간 개선되지 않은 재래식 화장실의 위생·안전 문제 △관리사 기능 상실과 사실상 방치 상태 △벤치·펜스 등 편의시설의 장기 미정비 상황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1990년대 지방비 약 6억 원을 들여 조성된 공공시설임에도 건축물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채 수십 년간 운영돼 왔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여 의원은 “이는 단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제도 미비와 관행이 누적된 결과”라며 “책임 주체와 관리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시민 안전도, 시설 유지 관리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보존구역 제약을 고려한 단계적 화장실 개선, 관리사 기능 재정비, 유휴 공간을 활용한 소규모 분산 주차 방안 등이 제시됐다. 또 최근 문화재 구역 내 기존 시설도 기능적으로 필요하면 제도적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있다며, 현상변경 사후 허가 등 행정 정상화와 관리 매뉴얼 마련을 주문했다.
여주희 의원은 “천연기념물을 지킨다는 것은 나무 한 그루만 보호하는 일이 아니라, 그 공간을 찾는 시민의 경험과 이를 책임지는 행정의 태도까지 돌아보는 일”이라며 “용계리 은행나무가 안동시 전체 역사문화환경 점검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