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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화제] 실패가 낳은 세기의 대박: 비아그라, 위고비가 주는 교훈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5-12-13 10:23 게재일 2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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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의학의 역사는 종종 ‘의도하지 않은 행운’이 혁신을 만든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 덴마크에서 개발된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와 삭센다(Saxenda)가 전 세계적으로 ‘비만약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약들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임상 과정에서 약 15%에 달하는 놀라운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기적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게 되었다.

2023년 한 해에만 6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제조사인 노보 노디스크를 한때 유럽 시가총액 1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국내에서도 출시 8개월 만에 40만 건 가까이 처방되며 비만약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의약 분야에서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비아그라 역시 본래 협심증 치료를 위한 심장병약으로 개발되었으나, 임상 시험 중 환자들이 특정 부위(?)에서 예상치 못한 치료 효과를 호소하면서 ‘용도(用度) 변경’을 통해 블록버스터 약물이 된 역사가 있다.

이처럼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는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수도사 돔 페리뇽은 와인이 다시 발효하여 병이 폭발하는 문제(실패)를 해결하려다 오히려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 즉 샴페인을 만들었다. 그의 성공은 “(와인이) 별을 마시는 기분이다”라는 명언으로 회자되며 대박 산화를 써내려 갔다.

3M의 연구원이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 했으나 뜻밖에 ‘약하게 붙는 접착제’만 만들어지는 실패에 직면했을 때도, 이를 버리지 않고 활용하여 전 세계적인 히트 상품인 ‘포스트잇’(Post-it)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성공은 종종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찾아오며, 처음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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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위고비, 비아그라, 샴페인, 포스트잇의 공통점은 ‘실패‘ 또는 ‘부작용‘으로 치부될 수 있었던 의도치 않은 결과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해 냈다는 점이다. 

성공만을 좇아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우리는 때때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실패의 흔적들을 자세히 복기(復棋)하고 지나온 흔적을 소중히 들여다보는 일을 습관화해야 한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 즉 ‘실패‘야말로 새로운 혁신과 대박을 창조하는 가장 소중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눈부신 성공은 어쩌면 어제의 ‘실패한 기술‘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서 싹튼 것일지도 모른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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