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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펴보는 게 소원인 분들에게

등록일 2025-12-01 14:12 게재일 2025-12-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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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우석 척탑병원 신경외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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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우석 척탑병원 신경외과 센터장

외래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앉아 있을 땐 괜찮은데, 조금만 걸으면 허리가 자꾸 앞으로 굽어요.”, “굽은 상태로 걷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금방 지쳐요.”

누워 있을 때는 멀쩡하고, 다리가 심하게 저린 것도 아닌데 걷기만 하면 허리가 저절로 숙여져서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주사 한 번 맞으면 허리가 펴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갖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증상이 시술이나 주사로 단번에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믿음으로 여러 치료를 받아본 뒤에도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해 다른 방법을 찾다가 외래에 오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허리가 굽는 원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왜 굽을까
우리가 흔히 보는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져 펴지지 않는 모습’은 특정한 사고나 질병 때문이라기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몸이 겪는 여러 변화가 겹쳐 만들어지는 결과다.

먼저, 허리를 곧게 세워주는 기립근이 약해지고, 디스크의 높이가 줄면서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인 전만이 점점 사라진다. 전만이 줄어들면 몸의 중심이 앞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몸은 골반을 뒤로 기울이는 보상작용을 사용한다.

하지만 골반이 뒤로 기울어질 수 있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 이 보상 능력이 모두 소진되는 순간부터는 몸이 더 이상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되고 허리는 급격히 앞으로 굽은 형태, 즉 나이가 들며 흔히 보이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것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나타나는 ‘허리가 펴지지 않는 이유’다.

△왜 치료하면 바로 펴지지 않을까
허리가 굽는 이유는 근육이 약해지고, 디스크가 낮아지고, 골반의 보상 능력이 떨어지면서 몸 전체의 정렬이 무너진 결과다. 

즉, 허리를 세워줄 힘이 사라진 것이지 어딘가가 막혀서 굽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통증을 줄이는 시술이나 주사는 걷다가 느끼는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굽어진 허리를 근본적으로 다시 펴주는 치료가 되기는 어렵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허리가 거의 90도 이상으로 굽어 걷기조차 힘들거나, 허리를 펴면 참기 어려운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경우처럼 일상생활이 크게 제한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허리 정렬을 교정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전체 환자 중 아주 일부에만 해당한다. 대부분은 수술 없이도 관리가 가능하다.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
나이가 들며 생기는 이런 변화는 이미 진행된 부분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 그러나 진행 속도를 늦추고 불편함을 크게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허리를 지탱하는 기립근을 꾸준히 강화하는 것, 허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올바른 자세 습관을 유지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어떤 약이나 시술보다도 지속적인 효과를 준다.

허리는 하루아침에 구부러지지 않고, 하루아침에 곧아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늘부터라도 천천히, 꾸준히 관리해 나가면 지금의 불편함은 분명히 줄어들고, 앞으로 더 나빠질 길을 막아낼 수 있다. 허리를 펴는 길은 특별한 순간이나 기적 같은 치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매일의 자세와 움직임을 조금씩 바로잡는 그 조용한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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