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서 숙박하며 느끼는 바다와 유자향 지역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 특별한 휴식 강화도 어느 바닷가, 잠시 멈춰 쉬어보자 휴식과 모험 균형 이루는 프로그램 풍성
소도시 여행의 장점은 레트로의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흔적이 의연하게 머물고 있고, 전통의 맛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천천히 깊게 여행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소도시로 떠나보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덤이다.
△ 바다와 유자향이 머무는 곳 고흥스테이
전남 고흥군이 운영하는 ‘두 지역 살아보기 주말愛 고흥愛 고흥스테이’ 는 다른 지역 거주자가 고흥에 체류하며 지역의 여행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총 12세대가 참여하며, 숙박과 공동시설 요금 등 주거비가 지원된다. 참가자들이 3개월 동안 머무는 공간은 옛 한전사택을 리모델링해 만든 고흥읍의 주거시설로, 가전제품과 가구가 완비되어 생활에 불편이 없다.
고흥스테이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에는 110년 역사의 고흥전통시장이 있다. 숯불생선구이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시장을 둘러본 뒤에는 수령 840년의 남계리 느티나무, 1871년에 조성된 옥하리 홍교, 존심당 역사문화공원 등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명소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현재 고흥스테이에는 5기 참가자들이 거주 중이며, 한 참가자는 “고흥은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고흥에서 머무는 시간은 바다와 유자향을 느끼며 지역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특별한 휴식이다.
11월 6~9일까지 풍양면 한동리에서 ‘제5회 고흥유자축제’ 가 열린다. 국내 유자 최대 생산지답게 ‘사람향기! 유자천국!’을 주제로 대형 유자 조형물과 포토존이 마련되고, 야간에는 루미너리쇼와 드론쇼가 펼쳐질 예정이다.
△ 잠시 섬에 스며보자 강화도 잠시섬 프로젝트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강화도의 어느 바닷가. 편한 복장을 한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서일까. 갯벌 위로 부는 바람을 즐기기 위함일까. 바닷가 뒤로 솟은 야트막한 언덕에 모인 사람들은 조용히 요가 매트를 펴고 앉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서로 낯선 사이였던 이들은, 이제 노을을 바라보며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섬이 품은 자연에 동화되는 이 특별한 순간은 협동조합 청풍이 주도하는 프로그램, ‘잠시섬’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이름 그대로 ‘잠시 멈춰 섬에서 쉰다’를 지향하는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강화에 뿌리내린 청년들이 만든 협동조합 청풍이 운영한다. 청풍은 자신들의 활동을 ‘여행업’이 아닌 ‘환대업’이라고 정의한다. 환대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를 넘어, 함께 시간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청풍은 이런 철학을 토대로 강화유니버스를 꾸려가고 있다. 강화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소비하거나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으로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청풍이 창조한 강화유니버스는 일종의 세계관이다. 강화도를 큰 무대로 보고,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지역 주민과 여행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지역 주민들은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잠시섬에 참여한 여행자들은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하루를 보낸다. 강요는 없다.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루를 즐기면 된다. 마치 강화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잠시섬 프로그램은 강화유니버스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기간에 맞춰 숙소를 예약함으로써 참여할 수 있다. 강화유니버스 라운지가 있는 ‘아삭아삭순무민박’을 비롯해 도미토리와 1~2인실을 강화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모든 숙소는 1인 예약이 원칙이다. 지인과 동행 시에도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현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도록 설계한 것이다.
휴식과 모험이 균형을 이루는 30여 개 프로그램이 상시 구성되며, 요일·기수별로 일부를 운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금풍양조장 마스터 클래스’다. 최근 SNS에서 주목받기도 한 금풍양조장은 100년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건물 전체가 인천광역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참여자들은 이곳에서 빚는 막걸리를 직접 시음하며, 대를 이어 양조장을 꾸려 나가는 주인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막걸리의 맛과 향은 물론, 잘 어울리는 안주에 관해 토론하기도 한다.
.현지 농산물을 활용한 제철 요리 피크닉, 깊은 향의 차와 함께하는 티 클래스, 오싹한 재미를 주는 호러 시네마 상영회, 그리고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나만의 그림책 마음 여행 워크숍까지. 기수마다 새로운 이벤트가 이어진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