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석탄박물관 국내 석탄산업 복원 1999년 개관 석탄 기원에서 광부들의 일상까지 열 개 테마로 촘촘히 짜인 전시관 거미열차·은성갱도 체험은 ‘필수’
△ 국내 제2의 탄전 중요한 학습여행지
1999년 문을 연 문경석탄박물관은, 한때 국내 제2의 탄전(炭田)으로 불렸던 문경의 석탄산업을 조용하고도 치밀하게 복원해 놓은 공간이다. 여기서는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거미열차가 어둠을 가르며 동굴 속을 지나갈 때마다 시간의 층이 바뀌는 체험을 한다. 탄광의 소리와 먼지, 땀의 흔적까지 상상하게 하는 전시 구성은 과거 노동의 무게를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전시관은 열 개의 테마로 촘촘히 짜여 있다. 석탄의 기원에서 출발해 산업화와 도시의 팽창 속에서 석탄이 담당했던 역할, 그리고 석탄에 기대어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까지를 연결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린 관람객의 눈높이를 잃지 않게 만들고,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교육과 체험, 기억의 보존이 균형 있게 맞물린 전시다.
무엇보다도 은성갱도 체험은 이곳의 핵심이다. 1963년 전성기를 맞은 은성갱도는 이후 30년 동안 문경 석탄산업의 중심축으로 기능했다. 지금은 산업유산으로 남아 있지만, 갱도 내부를 걸으며 광부들의 작업과 생활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은 생생한 공감으로 이어진다. 좁은 통로와 낮은 천장, 때 묻은 장비들이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노동의 기술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티며 가족을 먹여 살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광부사택촌은 또 하나의 서사다. 집집마다 재현된 부엌과 가구, 생활도구는 산업 현장 바깥에서의 삶을 보여준다. 작업복을 벗고 돌아온 사람들, 아이들의 웃음과 라디오 소리, 공동체의 온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그 흔적들이 사택촌의 좁은 골목마다 남아 있다. 이곳을 걷다 보면 ‘산업’이라는 거대한 단어가 결코 추상적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사람들의 집밥과 아이들의 등교길, 이웃과의 잡담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문경석탄박물관은 기억의 보관소이자 질문의 장이다. 쇠붙이와 사진, 재현된 공간들은 과거를 단순히 회상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도시와 문명의 조건들을 어떤 대가 위에서 얻었는지를 가볍지 않게 상기시킨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면, 어쩐지 폐광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오늘의 전기, 난방, 그리고 우리가 쓰는 모든 에너지가 누군가의 하루와 맞바꾼 것임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방문 팁
거미열차와 은성갱도 체험은 필수 코스. 어린이 동반이라면 캐릭터 전시가 흥미를 돋운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구역과 제한되는 구역이 있으니 안내표지를 확인하고, 갱도 체험 시 안전 지침을 꼭 따를 것. 역사와 사람을 함께 읽고 싶은 이들에게, 문경석탄박물관은 적절한 서두름과 적절한 침묵을 안겨줄 것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