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번 떨어졌지만, 여전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피자를 태운 이야기도, 누군가에겐 성장의 시작이죠”
지난 8일 한동대학교 강연장은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실패’를 주제로 한 전국 최초의 대학 대회, ‘우주 최고 실패대회’가 열린 것이다. 성공보다 실패를 이야기하는 무대였지만 그 안에는 다시 도전하려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에너지가 있었다.
이번 대회는 한동대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한 행사로 포항시와 함께 설립한 환동해지역혁신원이 주관했다. 창의융합교육원의 심규진 교수가 기획을 맡았으며 포항문화원·포스코인재창조원·지역 스타트업 등이 리빙랩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2주간의 모집 기간 전국에서 71명이 지원했고 청소년 부문 5명과 일반 부문 5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대회 당일, 9세부터 84세까지의 시민들이 객석을 가득 채워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웃고 공감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청소년 무대에서는 해외 생활 중 한국어 호칭 사용의 어려움을 겪은 박정수 학생, 스마트폰에 몰두하다 엉뚱한 곳에서 내린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표현한 유연희 학생, 피자를 태운 추억을 밈 영상으로 풀어내 폭소를 자아낸 김대욱 학생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 수십 번 공모전에 떨어졌지만, 소설가의 꿈을 놓지 않은 김민선 학생, 마음의 벽을 오래된 나무에 비유해 진솔한 감정을 전한 김혜진 학생은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일반 부문 무대에는 각기 다른 인생의 실패담이 올랐다. 방황의 시기를 지나 새 비전을 세운 김노아 씨, 재수와 좌절 끝에 다시 일어선 김찬영 씨, 군 복무 중 연극의 꿈을 이어간 서정훈 씨, 어린 시절 가짜 동전을 만들어 과자를 사려던 유쾌한 실패담의 황보옥 씨,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간 김가은 씨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심사는 포스코인재창조원과 포항문화원, 그리고 ‘우주 실패대회’ 플랫폼 개발자가 맡았으며 현장 관객도 투표에 참여하는 민주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종 ‘도전왕 트로피’는 박정수·김대욱·김민선 학생, 김노아·김가은·서정훈 씨에게 돌아갔다. 수상자들은 대회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우주실패실록’의 공동 저자로 참여하게 된다.
수상자 김노아 씨는 “실패를 주제로 한 창업 아이템을 개발해 전국적인 참여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기획을 맡은 심규진 교수는 “이번 대회는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라며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을 통해 지역에서 시작된 도전의 에너지가 전국으로 퍼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