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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음악의 거장과 그의 걸작을 감상하는 방법

등록일 2025-11-04 16:37 게재일 2025-11-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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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객원기자의 클래식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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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객원기자

클로드 아실 드뷔시는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그의 대표곡  ‘Clair de Lune’(달빛)은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방의 춤곡에서 영감을 받아 1890년, 28세의 나이에 작곡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세 번째 곡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이 곡의 제목은 프랑스어로 ‘밝은 달’을 뜻하는 ‘Clair’(광명)과 ‘Lune’(달)의 조합에서 비롯되었다.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음악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매료되는 이 작품은, 원래 폴 베를렌의 시 ‘달빛’에서 제목을 따온 ‘Promenade Sentimentale’(감성적 산책)이었으나 최종적으로 현재의 이름으로 확정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고흐가 1889년 정신병원에서 창밖 풍경을 3일 만에 완성한 이 작품은 강렬한 붓터치로 고독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내며,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별빛은 드뷔시 곡의 은근한 슬픔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두 작품은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쓸쓸함”이라는 공통된 정서를 전달한다.

많은 사람들이 드뷔시의 ‘Clair de Lune’을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이 곡에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슬프고 쓸쓸한 구석이 있다. ‘Clair de Lune’이라는 제목과 곡조 역시 폴 베를렌의 시 ‘달빛’에서 영감을 받았다. 

드뷔시는 후기 낭만파에서 인상파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활동하며 인상주의 음악의 시조가 되었다. 인상주의 음악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반발해 전통 화성을 배제하고 자유로운 기법과 형식으로 색채감 있는 모호함을 표현한다. 이는 마치 프랑스 미술을 귀로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흐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드뷔시의 ‘Clair de Lune’보다 1년 먼저 제작되었다. 인상주의 미술은 순간적 인상을 중시하며 전통적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한다. 드뷔시는 후기 낭만 작곡가이자 초기 인상주의 음악의 거장으로, 두 예술가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감성을 공유한다.

그런 인상주의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작품으로 평가받는 곡으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 있다. 이 곡은 프랑스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목신의 오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으며, 인상주의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목신’은 그리스 신화의 목축신 판(파우누스)을 가리킨다. 드뷔시는 목신의 욕망과 꿈을 여름 오후의 열기가 떠도는 공기처럼 표현했으며, 전통적 기법을 넘어 온음음계와 5음계를 써 독창적 관현악법으로 색채감 있는 몽환적 분위기를 창출했다. 그는 음악을 오선지에 그림을 그리듯 표현해 청중에게 감각적·시적 경험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드뷔시가 말라르메의 시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에 대해 시인이 불만을 표시했으나, 음악을 직접 들은 후 드뷔시에게 찬사를 보냈다는 일화는 이 곡의 강렬하고 감동적인 매력을 잘 보여준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드뷔시의 혁신적인 음악 세계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드뷔시의 두 대표작과 고흐의 작품은 서로 다른 매체로 내면세계를 표현하며 상호작용해 깊은 감동을 준다. 이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길 추천한다.

/박정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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