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민숙
병에 꽃아두니 당신 눈빛으로 피어나요
야윈 날을 지나 맑은 뿌리를 내렸어요
화분에 심으니 답으로 새잎을 보이네요
바다에 내리는 저녁 이슬을 매달았어요
발밑을 쓸고 가는 몽돌의 노래와 닮았어요
골목 안 카페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면
지나간 노래들이 돌아와 귓속에 쌓여 가요
눈물까지 내려간 노래가 몸에 뿌리를 내려
발이 부을 때 우리는 멀어지는 기차를 타요
손길 닿으려 하나 멀어져야 하는 우리는
스산한 날을 지나서 돌아보는 손짓 없이
잠시 물 위를 망설이다 사라질 거예요
…..
‘당신’은 시의 화자가 사랑했던 이였으리. 병에 꽂은 ‘소국’이 피어난 모습이 ‘당신 눈빛’으로 보이니. 화분에 심으면 소국은 “답으로 새잎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화자에게 새로 인사를 건네는 듯이. 하지만 곧바로 소국은 ‘저녁 이슬’-눈물 같은-을 매단 모습으로 변전한다. 그 이슬은 당신과 “돌아보는 손짓 없이” 이별한 현실을 환기시키고, 하여 화자는 자신이 눈물에 뿌리를 내린 소국 자체임을 깨닫게 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