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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박물관” 경주가 관광의 심장으로 뛴다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10-27 19:39 게재일 2025-10-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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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맞아 ‘문화 APEC’ 관광 프로그램 총출동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_연합뉴스 제공 

APEC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경주가 관광으로 세계를 맞이할 채비를 끝냈다. K-컬처와 한국 전통의 결이 곳곳에 스며들도록 기획된 ‘문화 APEC’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외빈과 일반 방문객이 직접 보고, 만지고, 먹고, 머무르며 체험하는 관광 총합으로 펼쳐진다. 신라의 유적과 현대의 기술, 지역 문화와 상업이 한데 어우러져 경주를 ‘머물고 싶은 도시’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4일 문을 연 대릉원 미디어아트가 가장 눈에 띈다. 고분군의 능선을 스크린 삼아 빛과 소리로 재현된 신라의 장면들은 야간 투어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든다. 관람객들은 어둠 속에서 발길이 닿는 대로 ‘시간 여행자’가 되어 천 년 전 궁성의 한순간을 마주한다. 전시와 연계해 운영되는 캐리커처, 스탬프 투어, 종이등 만들기 등 체험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행사 기간 천마총 무료개방은 국내외 방문객에게 값진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APEC 참가자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을 위한 코스도 촘촘히 짜였다. 경주 유적지 20곳을 중심으로 헤리티지·자연생태·산업시찰·문화체험을 테마로 한 11개 코스는 반나절·야간·종일 코스로 구성돼 일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대표 코스에는 고분군 야간 해설 투어, 한옥 숙박 체험을 포함한 ‘전통숙박 패키지’, 도자기 체험·공방 방문을 묶은 공예 투어, 농가 연계 전통시장 미식 투어 등이 포함된다. 각 코스는 다국어 해설사와 통역 지원, 이동 편의를 위한 셔틀 옵션까지 더해 관광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관광객의 ‘머무름’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보문단지 일대에서는 호수 유람선과 수상 퍼포먼스를 연계한 선상 디너·콘서트 패키지, 황리단길·황남고분군·엑스포공원 일대에서는 APEC AI·XR 골목영화관을 상영해 카페와 골목이 작은 문화 무대로 변신한다. 올해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 공모전’의 우수작을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이 체험은 거리 산책 자체를 이색 관광 콘텐츠로 만든다.

경북 경주시 인왕동 첨성대에서 벌어진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는 미디어아트_연합뉴스 제공 

관광 안내 체계도 촘촘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발표한 ‘환영 주간’ 운영으로 인천공항·경주역·김해공항·부산항에 마련된 환영부스는 다국어 통역, 교통·음식·쇼핑·체험·결제 관련 원스톱 정보를 제공해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최소화한다. 전통 소품 체험, 민화 주인공 변신 포토존 등은 단순 통로가 아닌 체류형 경험을 유도한다.

한편 예술의전당 야외 에어돔에서는 11월2일까지 한복·한글·한지·한옥·한식 등 ‘5한(韓)’ 콘텐츠 체험관이 문을 연다. 전시와 체험, 소규모 워크숍이 병행돼 가족 단위와 교육적 목적 방문객의 참여를 끌어낼 예정이다. 같은 기간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크로스 컬처 페스티벌은 국악과 회원국 전통예술의 협업 공연을 통해 ‘보는 관광’에서 ‘공연형 관광’으로 확장한다.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선 경북의 산업문화와 전통 도예를 접목한 스틸아트·인물도자 전시회가 진행되고, 29일 월정교에서 열리는 한복 패션쇼는 한류와 전통의 결을 국제 무대에 선보일 기회다. 문화적 볼거리와 함께 현장 쇼핑(전통공예품·로컬푸드 마켓), 포토존, 기념품 부스가 결합돼 관광객이 소비와 체험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역사 탐사형 관광 콘텐츠도 충실하다. 10년 간 연구로 내부가 밝혀진 쪽샘 44호 무덤의 축조 실험 설명회가 30일과 11월1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두차례씩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열린다. 실제 발굴과 복원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설명회는 별도 신청 없이 참여할 수 있으며 영어·일본어·중국어 통역이 제공돼 국제 방문객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이외에도 지역 숙박업계는 전통 한옥 스타일 객실 패키지, 지역 식당들은 APEC 기간 한정 전통식(퓨전화된 코스 한식) 프로모션을 준비해 관광객의 ‘먹고 자고 즐기는’ 순환구조를 강화했다. 자전거를 이용한 유적지 투어, 도보로 즐기는 스토리텔링형 야간 투어 등 액티브 관광 상품도 보완되어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라 천 년의 숨결을 간직한 경주가 K-컬처의 매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관광 중심지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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