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업체선정·검수·하자 처리 전 과정 감사 요청
문경시의회가 최근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을 빚고 있는 ‘문경 관광용 테마열차 무단 방치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추진키로 해 지역사회에 파장이 예상된다.
문경시의회는 오는 제288회 임시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해 사업 전반에 대한 외부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14일 밝혔다.
이정걸 의장은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행정의 신뢰 회복과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경시는 지난해 관광 인프라 확충의 핵심 사업으로 약 37억 원의 시비를 들여 48인승 규모의 소형 관광용 테마열차를 도입했다. 이 열차는 기관차 4량, 배터리차 4량, 객차 24량으로 구성된 배터리 충전 방식이다. 가은역에서 구랑리까지 이어지는 폐선로 약 12~13km 구간을 활용해 관광객에게 새로운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지난해 12월 사업자는 열차를 문경시에 인도했고, 시는 기술적 결함이 없다는 ‘하자 없음’ 판정을 내려 검수를 완료한 뒤 대금 전액을 지급했다. 이어 올해 3월 19일 가은역에서 성대한 열차 도입 기념행사까지 열었다.
하지만 기념행사 직후부터 열차의 브레이크와 동력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면서 단 한 번의 정식 운행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문경시는 “업체 측이 수리 중이다”는 입장을 반복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 열차’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의혹은 현실로 드러났다. 열차 객차 일부가 상주시 무양동 인근 공터(한전 상주지사 부근)에 비닐천막만 덮인 채 방치돼 있는 모습이 지역 주민들에 의해 포착된 것이다. 해당 사진과 영상이 SNS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금으로 산 열차를 풀밭에 방치했다”는 비판 여론이 폭발했다.
열차가 방치된 현장을 직접 찾은 주민 김모씨(62)는 “몇 달째 비닐천막만 덮여 있어 뭔가 했더니 관광열차였다”며 “차라리 마을 어린이 놀이터에 두는 게 낫겠다”고 비판했다.
점촌시장 상인 이모씨(55)는 “관광열차때문에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는 열차가 한 번도 안 다녔다”며 “세금이 들어간 사업이라면 그만큼 철저히 관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경시의회가 감사 청구에 나선 이유는 단순히 ‘보관 장소의 부적절함’ 때문만은 아니다. 시의회는 △초기 기획 과정의 타당성 △업체 선정의 공정성 △검수 절차와 대금 지급의 적정성 △결함 발생 이후의 하자 처리 대응 등 사업 추진 전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납품 당시 하자가 없다고 판정한 근거와 검수 과정에서의 절차 준수 여부, 기술 기준 충족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다. 이미 대금이 전액 지급된 상태에서 결함이 발생한 만큼 손해배상이나 보증이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지 여부도 감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제288회 임시회에서 감사 청구안을 의결한 뒤 곧바로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방의회는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에 따라 단독으로 감사 청구가 가능하며 감사원이 이를 수용할 경우 현장조사·관계자 조사·자료 제출 요구 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에 대해 문경시 관계자는 “현재 제작사와 협의 중이며 연내 하자 보수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시운전에 이어 2월 정식 운행을 개시하는 것이 목표이다”며 “보관 장소 문제는 관리 부주의 측면이 있었던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는 이미 문경시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 결과와 별개로 시의회 차원의 행정사무조사특위 구성도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시설물 방치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경고등”이라고 지적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