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올해는 연휴가 길었던 만큼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전통적인 명절 분위기를 벗어나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추석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다.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자기 계발을 위한 시험공부를 하고 평소에 두꺼워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벽돌 책을 꺼내기도 했다.
또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떠나는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는 물론이고 그간 외면하던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도 꾸준히 늘어나 올 추석에는 34만 명 가까이 제주도를 찾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환동해 중심 도시인 ‘포항(浦項)’을 찾은 관광객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들에게 포항의 이미지는 무엇이고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을까 궁금해졌다.
포항으로의 여행을 말하자면 지금은 자연스레 포항역을 떠올린다. 지난 1월에는 동해선 개통으로 강원도와 경북, 울산, 부산은 그간의 여행길보다 조금 더 쉬워졌다. 그 길 위에서 포항이 열렸고 오가는 발걸음도 편해지긴 마찬가지다.
포항시에 따르면 연휴 기간인 3일부터 9일까지 포항으로 여행 온 사람들이 16만 명이라고 전했다.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과 야간 관광이 체류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지난해보다 23% 더 증가했다. 체류형 관광은 올해 포항 시티투어에서도 1박 2일 코스로 추가되기도 했다.
포항은 철이라는 산업의 이미지에 자연과 문화가 섞여 있다. 그중에서 포항의 이미지는 당연히 바다다. 새해 첫날 호미곶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은 누가 뭐래도 최고다. 챗 GPT에게 물어도 호미곶을 첫 번째 이미지로 알려준다. 그 바다 위에 철이 있다. 용광로의 불과 영일만이 뿜어내는 빛이 합쳐져 ‘불빛 축제’를 만들었다. 여름의 대표 축제다. 포항이 고향이 아닌 시민기자도 포항과 가까워진 계기는 바로 ‘불빛 축제’였다.
최근에는 원래 있던 바다와 자연을 가지고 문화예술이 덧입혀졌다. 포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페이스워크라는 새로운 건축물로 시민들도 즐겨 찾고 멀리서도 포항을 찾는 계기를 만들었다. 어둠이 내린 저녁 스페이스워크에서 맞이하는 포스코의 불빛은 포항이 걸어온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다. 스페이스워크라는 새로운 포항의 이미지가 하나 더 추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지난해 영일대 바다를 배경으로 열린 ‘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여러 작가들이 포항을 찾았고 그 열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이야기가 시나브로 풍성해지고 있다.
포항이라는 도시가 익숙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 촬영지의 배경지가 인기 관광 명소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청하공진시장이 그곳이다. 청하공진시장은 이제 외국인이 찾아올 정도가 됐다.
천안에서 온 30대 직장인은 연휴에 구룡포를 방문하며 “드라마 하나로 골목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바다와 함께 길도 이어진다. 장기읍성의 성곽길,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걸으면 좋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11월 말까지 완주하면 메달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포항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스페이스워크를 오르고 죽도시장의 대게 맛을 기억한다. 또 바다에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누군가는 드라마 명소를 찾는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는 구룡포 과메기문화관에서 하는 체험에 푹 빠져있다. 당신의 포항은 어떤 모습인가요.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