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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금정원···'가을 나들이' 설레는 마음

등록일 2025-10-14 16:45 게재일 2025-10-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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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꾸며진 경주 황금정원.

경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적이 있던가 싶다. 봄가을이야 늘상 복닥거리긴 했지만 이번 추석 연휴는 연중 가장 절정이라는 벚꽃 계절 그 이상이었다. APEC 특수에 긴 연휴까지 겹쳐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관광지는 물론 외지와 연결될만한 지역은 모두 차들로 가득 찼다. 경주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연휴엔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도시에서 익숙한 복잡함이 익숙지가 않아서다. 

 

그렇다고 지난 추석 연휴 10일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내내 집에만 있기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연휴 시작부터 사고 싶었던 책과 소품을 고집하며 외출을 졸랐다. 그 핑계로 내키지 않는 용기를 애써 내어 나들이를 감행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보고 싶다는 아이의 요청에 버스 정류장 근처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배낭형 가방에 우산 두 개와 물티슈 등을 챙기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도 연휴 특수를 맞은 건지 손님들이 많다. 얼마지 않아 버스는 가다 멈추기를 한없이 되풀이 했다. 평소면 5분도 안 걸릴 거리를 20분 이상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다. 길로 보이는 곳은 모두 차로 가득 차 있었다. 경주시민 인구를 다 합쳐도 저 차들 숫자만큼은 안 될 것 같았다. 터미널 근처에 이르자 교통 혼잡은 더 심해졌고 내려서 걷기로 했다. 

 

그 덕분에 황금정원 나들이 방문이라는 일정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마침 목적지인 황리단길과 중간 지점이니 겸사겸사 들러보기로 했다. 행사장이 주차는커녕 걷기도 힘든 황리단길을 끼고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멀리 주차하고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올해로 6번째를 맞이하는 황금정원나들이로 평소 비교적 한적했던 황남동 고분군 앞은 굳은 날씨에도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첨성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때마다 금빛으로 찰랑거렸다. 황금정원 나들이라는 타이틀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조형물이었다. 주변은 말 그대로 꽃천지였다. 오는 동안 조금 불편했던 마음이 화사한 꽃들을 보자 이내 풀려버렸다. 유난히도 길어지는 더위가 아직은 조금 남아있지만 가을답게 국화들이 주를 이뤘다. 노란 국화는 언제봐도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여러 식물들로 모양을 만들어 꾸민 조형물 앞에서 사진부터 찍었다. 코끼리에서부터 거대한 나비까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혹시나 비가 세게 내릴까 포토존이라 보일만한 곳을 찾아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이 많다보니 찍을 수 있는 곳에 사람이 비면 얼른 가서 찍는 방식이었다. 찍다 보면 그새 또 누군가 대기 중이라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그런 복작거림 속에서도 누구 하나 인상 쓰는 사람이 없었다. 긴 휴식 시간과 아름다운 자연이란 훌륭한 조합 덕분일 것이다. 몇 장의 만족스런 사진을 얻고 반쯤은 사람 구경인 행사장을 느긋이 둘러보았다. 작은 수박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귀엽다. 

 

아이를 데리고 가다 보니 체험부스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대기자 명단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최소 2시간은 걸려야 가능했다. 명단을 본 뒤 빠른 포기를 결정한 아이 덕분에 황금정원 나들이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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