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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주국가 유산 야행’, 9만 명이 물들인 밤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5-10-09 11:04 게재일 2025-10-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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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숨결 위로 피어난 빛, 경주의 밤하늘을 수놓다
2025 경주국가 유산 야행, 청사초롱 야경 모습./경주시 제공

달빛이 비치는 월정교 아래, 천년의 시간은 다시 흘렀다.

 

지난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열린 ‘2025 경주국가 유산 야행’이 9만 명의 발걸음 속에 막을 내렸다. 

교촌한옥마을과 계림, 첨성대를 잇는 길마다 불빛이 스며들었고, 신라의 옛 자취는 현대의 감각과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선물 PRESENT: 지켜온, 그리고 지켜낼’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청과 경상북도, 경주시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경주문화원이 주관했다. 

공연과 전시, 체험 등 8개 분야 33개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경주의 국가 유산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문화’임을 보여줬다.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순간은 둘째 날이었다. 

월정교 상공에서 펼쳐진 공군 특수비행 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가 하늘을 가르며 장엄하게 펼쳐졌다. 

정밀한 편대 기동과 곡예비행이 밤하늘을 수놓자 관람객들은 숨을 죽였다가 일제히 환호를 터뜨렸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찰나, 신라의 숨결과 현대 기술이 한 장면으로 포개졌다.

축제의 현장은 그야말로 ‘참여의 장’이었다. 

인문학 강연과 어린이 국가 유산해설사선발대회, 리사이클링 크레파스 체험, 반려동물 동반 프로그램 등은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며 경주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얼음과 모래로 빚은 조각 전시는 기후 위기와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했고, 미디어아트·드론 쇼·버스킹 공연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경주시는 이번 야행을 ‘필(必) 환경 축제’로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했다. 다회용기 사용 장려, 벼룩시장, 리사이클링 체험 등 작지만 실천적인 프로그램들이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 국가 유산 야행은 국가 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빛을 나눈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국가 유산 보존과 현대적 활용을 통해 경주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사흘 동안 이어진 축제의 불빛은 꺼졌지만, 경주의 밤은 여전히 따뜻하다.
천년의 유산은 그렇게 다시, 오늘의 시간 속에서 빛나고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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