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식물원 개장, 초대형 도시공원의 빛과 그림자”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5-10-04 16:51 게재일 2025-10-05
스크랩버튼
포항 환호공원 조성사업, 민간특례로 완성된 도심 속 녹색 허파
지난 10월 1일 정식 개장한 포항 환호공원 식물원 내부 모습./독자제공

포항 환호공원이 지난 10월 1일 ‘식물원’을 정식 개장하면서 추석 연휴 동안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열대식물이 자라는 아치형 온실과 잔디광장, 하늘연못, 순환데크를 따라 걷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인산인해였다.

스페이스워크로 상징되는 환호공원이 이제는 ‘식물의 도시’로 새 얼굴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환호한 그 뒤편에는 거대한 사업비와 복잡한 민간특례 구조, 공공성과 수익성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교차한다.

환호공원 조성사업은 포항시 북구 환여·두호·장량동 일원에 약 114만㎡(34만평) 규모로 추진됐다. 이 가운데 이번에 개장한 식물원은 북측 60만㎡ 구역에 들어섰다. 130미터 길이의 유리온실은 바다의 해돋이를 형상화한 독특한 외관으로, 200여 종의 열대·아열대 식물을 품고 있다.

공원 내부에는 대형 잔디광장 ‘환호뜰’, 어린이 생태정원, 보행교와 순환데크, 경관조명시설 등이 함께 조성됐다. 포항시립미술관과 스페이스워크를 잇는 보행축이 완성되며 시민 여가공간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포항시는 이번 식물원 개장을 “녹색도시 포항의 상징이자 미래 생태관광의 기점”이라며, 향후 야간 관광과 체험형 식물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호공원은 단순한 공원 조성이 아니라,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된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도시공원 일몰제(장기 미집행 공원 자동 해제)에 대응하기 위해 포항시는 공원을 보전하는 대신 일부 부지를 비공원용지로 전환해 민간에 분양하고, 그 수익으로 공원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환호공원 조성비는 토지보상비 913억 원, 공원조성비 730억 원 등 총 1643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민간 시행사가 부담한 기반시설, 조경, 식물원 시설비 등을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5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시민 세금이 직접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행정 부담은 줄었지만, 반대로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보장이 사업 설계에 깊숙이 반영된 구조다. 실제로 환호·학산·상생 등 포항의 3대 공원 특례사업 총면적 206만㎡ 중 약 20%가량(41만㎡)은 공동주택 및 상업시설 용도로 전환되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도시의 허파를 지킨다면서 그 속에 또 다른 도시를 넣었다”며 공공성 훼손을 지적해왔다.

지난 10월 1일 정식 개장한 포항 환호공원 식물원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 모습./독자제공

환호공원의 식물원 개장은 이러한 논란을 잠시 잊게 할 만큼 화려했다. 유리온실 안의 열대수종, 외부 경관조명과 음악분수, 바다를 향한 포토존은 SNS 인증 명소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개장 직후부터 방문객 폭증으로 인한 주차난, 화장실 부족, 쓰레기 처리 등 기초 인프라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공원 내 도로 일부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이며, 식물원 유지·관리비용만 연간 수십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호공원 북측의 민간 공동주택부지에는 이미 2994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공원 조성의 ‘대가’로 얻은 비공원부지가 사실상 도시 확장지로 변모하는 셈이다.

포항시는 공원 개장과 함께 내년 상반기 학산근린공원(28만㎡), 2027년 하반기 상생근린공원(78만㎡) 완공을 목표로 민간특례사업을 단계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세 공원 모두 환호공원과 유사한 구조로 추진되고 있어 향후 관리·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공원을 만든다는 명분 아래 아파트를 짓는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향후 사후관리와 개발이익 환수체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호공원 식물원의 개장은 도시의 녹색자산을 시민 품으로 돌려놓은 성과임과 동시에, 포항형 민간특례의 실험적 모델이 남긴 과제이기도 하다.

개발과 보전, 수익과 공공성 사이의 줄다리기 속에서 포항의 도시공원이 앞으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주목된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포항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