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가장 위급한 순간은 멈추지 않는 출혈이다. 특히 간·비장과 같은 내부 장기에서 피가 계속 흐르면 지혈이 쉽지 않아 의료진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런 난제를 풀어줄 혁신적 지혈 소재가 포항에서 탄생했다.
포항공과대학교는 차형준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차혜교 화학공학과 석사, 장진아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바닷속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과 생체조직 성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내부 장기 출혈을 신속히 막는 ‘복합 지혈 스펀지’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지혈제는 출혈 부위에 단단히 달라붙지 않거나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아 2차 합병증을 유발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홍합 접착단백질에 돼지 간조직에서 추출한 탈세포화 세포외기질(dECM)을 결합했다. 그 결과 생체 흡수성과 조직 접착성을 동시에 갖춘 스펀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스펀지는 출혈 부위에 닿자마자 급속히 부풀어 혈액을 흡수하고 강력한 접착력으로 조직에 밀착돼 출혈을 빠르게 차단한다. 이후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분해·흡수되면서 dECM이 상처 회복까지 촉진해 초기 치유를 돕는다.
연구팀은 항응고제를 투여한 동물 간 출혈 모델 실험을 통해 스펀지의 효능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스펀지는 출혈 부위에 강하게 고정돼 출혈 시간과 혈액 손실을 크게 줄였으며 기존 지혈제보다 염증과 조직 손상은 적고 상처 안정화는 더욱 빨랐다.
차형준 교수는 “이번 스펀지는 기존 지혈제가 해결하지 못한 ‘조직 접착력 부족’을 극복했다”며 “수술 중 지혈이 어려운 내부 장기 출혈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막아 추가 수술 부담을 줄이고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권위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즈’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