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국내선만 운영하다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글로벌 CEO 전용 공항’으로 탈바꿈하는 포항경주공항이 글로벌 CEO 전용기 이착륙을 도맡을 준비를 마쳤다.
10월 28~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2025’에는 글로벌기업 CEO와 임원, 수행원 등 17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APEC CEO 서밋 참석을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에게도 직접 초대장을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포항경주공항은 정교한 입국 절차를 갖췄다.
전용기가 2·3·5번 주기장에 멈추면 항공기 문에 내장된 접이식 계단이나 이동식 계단(스텝카)을 이용해 CEO들이 내려오고, 최대 50m를 걸어서 이동한 뒤 여객청사로 들어간다.
청사 진입 후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대합실로 올라가 CIQ(세관·출입국·검역) 절차를 거친다. 세관의 휴대품 전량 X-ray 검사와 출입국 심사를 통과한 뒤 1층에서 검역 신고를 하고, 위탁수화물을 받는다. 이 절차를 마치면 출입문을 나와 전용 차량에 탑승한다.
CIQ 출입국 심사 라인은 기본 3개를 운영하는데, 상황에 따라 4개까지 늘릴 수 있다. 동시 50명 규모 입국도 10분 내외로 처리 가능하다는 게 포항경주공항의 설명이다. APEC 기간에는 수하물 검색도 강화한다. 평소 생략하던 위탁 수하물까지 전량 X-ray 검사를 하고, 이상 신호가 잡히면 즉시 개봉 검사를 한다.
박해성 포항경주공항 운영파트장은 “9월 말~10월 중순 2~3차례에 걸쳐 CIQ 리허설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심 단계’였던 보안수준도 행사기간 ‘경계 단계’까지 두 단계 높인다. 문형금속탐지기와 휴대용 탐지기, 마약·폭발물 탐지기(이온스캐너), 경찰청 폭발물 탐지견이 투입된다. 필요 시 항공기 내부 불시 점검도 병행한다.
VIP를 위한 귀빈실은 2억3000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상석 8석, 배석 8석 규모에 임시 귀빈실 5석을 추가했다. 활주로 안전 강화를 위해 4억 원을 들여 충돌 때 쉽게 파손되는 구조물 형태의 로컬라이저 공사도 10월 초에 마친다.
이런 노력에도 포항경주공항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길이 2133m, 폭 46m 활주로는 보잉 737-800(190석·75t)과 같은 C급이나 아주 작은 비행기만 수용할 수 있어서 대형 전용기를 갖춘 CEO는 이용할 수 없다.
평소 국제선이 없어서 국내선 운항이 없는 시간대에만 한시적으로 국제선을 배치한다. 2012년 포항–중국 다롄, 2016년 포항–베트남 하노이 전세기를 뛰운 경력이 국제선 경험의 전부다. CIQ도 임시로 설치했다.
‘글로벌 CEO 전용 공항’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국제선을 띄우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이상훈 포항시 철도항공팀장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선 운항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부정기편 항공 사업자 공모를 추진했다가 신청사가 없어 무산됐다”며 “APEC 종료 이후 중화권, 일본, 동남아 등 인근 지역 수요를 겨냥한 부정기편 운항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