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는 끝없이 변한다. 새로운 범죄가 생기고, 예전엔 아무 문제도 없었던 행동들이 범죄로 취급받는다. 반대로 범죄였던 행위가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게 되기도 한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를 쫓아가거나 집 앞에 선물을 두는 행동은 범죄가 아니었다. 그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생겼고 2021년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제정됐다. 지금은 이런 스토킹 피해를 신고하면 바로 접근금지명령이 떨어지고 스토킹 범죄는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길을 가다, 혹은 유튜브 방송을 하다 누군가가 센 척을 하고 싶어 “아 누구 오늘 하나 찌르고 싶네”라고 말해 버렸다고 하자. 공중협박죄가 올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니 이제 이런 행동은 범죄다. 판례가 변하기도 한다. 제정 민법 이래 70년간 무효 혼인으로 취급되었던 8촌 이내의 결혼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제 무조건 무효는 아닌 것이 되었고, 간통죄, 혼인빙자간음죄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끝없는 변화의 물결 가운데 변호사는 더욱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법의 생성과 폐지,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귀를 귀울여야 한다. 변호사가 달라진 법률과 범죄를 몰라 소송에서 증거를 잘못 내면 의뢰인을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송 상대방으로 만난 한 변호사는 우리 의뢰인의 잘못을 입증하겠답시고 의뢰인의 차량에 단 위치추적기에 찍힌 위치와 시간 정보를 준비서면에 빼곡히 적어 냈다. 한술 더 떠 그 장소에 잠복하며 찍은 의뢰인의 사진까지 증거로 냈다. 동의 없이 그 사람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위치 정보를 이용해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건 위치정보보호법 위반과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다. 법을 모르는 당사자가 그런 증거를 가져왔더라도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내지 말았어야 했다. 제출하는 것 자체로 범죄를 자백하는 꼴이 되니 말이다. 상대방 변호사는 그것이 범죄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결국 그 로펌을 선임한 사람은 전과자가 되었다.
외도를 입증하기 위해 은밀한 신체 부위가 촬영된 파일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증거로 내는 일도 여전히 많다. 몇 년 전 외도 현장을 급습해 촬영한 상간녀의 나체 동영상을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 증거로 업로드했던 소송 상대방이 성폭력처벌특례법에 따른 카메라 촬영 등 범죄로 징역 2년의 전과자가 되는 것도 보았다. 역시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새로 생긴 성범죄에 대한 지식 없이 증거를 제출해 발생한 일이었다.
얼마 전엔 우리 의뢰인과 친구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 모습이 촬영된 식당 cctv 영상 캡처본이 증거로 나왔다. 식당 사장과의 친분으로 cctv 영상을 확보한 듯싶었다. 그런데 사진에 찍힌 손님의 모습은 개인정보다. 식당 운영자는 영업상 취득한 손님의 개인정보를 그 동의 없이 제공한 것이 되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역시 상대방에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이었기에 안타까웠다. 증거도 법리적 검토를 거쳐 조심히 내야 한다. 그렇기에 소송을 의뢰할 땐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 개인의 경력과 실력을 잘 따져봐야 한다. 인터넷에 도배되는 마케팅 펌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화려한 광고만 보고 변호사 선택을 잘못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니 안타깝다.
/김세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