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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

등록일 2025-09-14 16:58 게재일 2025-09-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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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꼭 하는 편이다. 평생 말하는 일을 직업으로 살아온 데다 나는 사심이 없고 내 말이 옳다는 신념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강하게 걸려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내 생각이 옳아도 그것을 관철시키려면 상황에 따라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 수위도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중용’의 말처럼 신중하게 미리 준비해야 한다.

‘천하와 나라와 집안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큰 원칙은 9가지이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원리는 하나이니, 그것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할 일을 미리 준비하면 성공하고, 할 말을 미리 준비하면 실수하지 않으며, 일을 미리 정하면 막히지 않고, 행동을 미리 정하면 탈 나지 않으며, 방법을 미리 정하면 오래 유지한다.’ 말이나 행동은 물론이고 일을 도모하는 것도 미리 준비하면 실수하거나 실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다고 해서 언제나 적절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우발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지만, 평소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미리 준비해도 성공하기 힘들다.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객관적이고 공평한 시각을 전제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실수하는 사람은 계속 실수한다.

최근 최강욱이 조국혁신당 고위 당직자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한마디 했다가 결국 더불어민주당교육연수원장에서 사퇴했다. 6분 정도 되는 최강욱 발언의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2차 가해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처음에는 열린우리당의 합당 반대파 이야기를 하다가 바로 조국혁신당의 성추행 사건으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사실 확인도 없이 말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정하고 그런 사람을 개돼지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개돼지라는 표현의 수위도 높은데다 그가 말하는 열린우리당의 일과 조국혁신당의 일 사이에 연결고리도 별로 없다. 굳이 연결고리를 찾자면, ‘사소한 시비 다툼’이 될 텐데, 과연 열린우리당 합당 반대파들의 주장이 사소한 시비 다툼이었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최강욱을 검색해보니 ‘말’로 구설에 오른 일이 여러 번이다. 그러고 보면, 최강욱의 평소 화법이 조심성이 없거나 평소 생각도 치우쳐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미리 준비하기를 잘하려면 혼자 있을 때 생각과 감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자신이 만든 터널에 갇히기 쉽다. 자기가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라는 인식이 강하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요즘 동네 단톡방에서 리더 집단의 무능과 부정을 지적하다가 그들과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다. 내가 옳다는 떳떳함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한 주민에게서 내 발언이 아무리 옳아도 그렇게 강경하게 발언하면 일반 주민에게는 시비 거는 사람으로 보인다면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고 깨달은 바가 많다.

어떤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미리 준비할 때는 혼자 있을 때 마음공부도 필요하고 듣는 이의 상황에 따른 표현 조절도 중요하다. 정치인들에게 특히 필요한 덕목이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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