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국립어업역사문화관’ 건립 추진 떼배 돌미역 채취 등 지역 전통과 역사 차별화된 스토리 담아 미래 기술까지 체험할수 있는 복합 에코 문화공간으로 조성 예타 조건인 비용 편익 비율 1.0 넘어 “경제적 타당성도 충분”
포항시가 구룡포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 어업의 역사와 어업인의 삶이 깃든 어업 유산을 품는 ‘국립어업역사문화관’ 건립을 추진해 관심이 쏠린다. ‘살아 있는 어업 유산의 현장’으로 불리는 구룡포는 해조류 탄소배출권과 국제 인증을 추진할 환동해 블루카본(Blue Carbon·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의 저장소) 센터가 들어서는 곳이기도 하다.
2012년 부산에 개관한 국립해양박물관, 2015년 충남 서천군에서 문을 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지난해 12월 개관한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최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2030년 전남 완도에 개장하는 국립해양수산박물관과는 결이 다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승마 새우잡이 기술에 관한 역사·문화를 전승하는 벨기에 나비고(NAVIGO) 국립어업박물관이나 선사~현재까지 영국 스코틀랜드 어업의 역사와 발전에 중점을 둔 스코틀랜드 국립어업박물관처럼 동해안에서 어업을 영위한 공동체의 지혜를 녹여내 박물관의 핵심 정체성인 ‘뿌리내림’을 진정성 있게 구현할 계획이다.
정철영 포항시 수산정책과장은 “동해안 어업의 전통과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지속 가능한 수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라면서 "포항만의 차별화한 스토리를 담아내겠다”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테왁과 망사리로 어패류와 해조류를 채취한 구룡포와 호미곶 해녀들의 나잠어업을 비롯해 규모가 큰 후릿그물을 바다에 던져놓고 천천히 끝줄을 당겨 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방식인 월포 후릿그물잡이, 송라면 화진리 구진마을에서 정월 대보름에 부녀자들이 게를 닮은 네 가닥의 줄을 이용해 앉아서 그물을 당기며 놀이를 한 송라 앉은줄 다리기,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울진군과 울릉도의 떼배 돌미역 채취 어업 등 경북 동해안이 품은 차별화한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이런 전통과 역사에 친환경 에너지 도시 실현, 환동해 블루카본센터 건립과 첨단해양 R&D구축, 호미반도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 스마트 양식 등을 무기로 환동해 중심도시로 성장 중인 포항이 가진 지속 가능한 비전도 녹여낼 계획이다.
김동준 수산정책팀장은 “어업 역사와 문화는 물론, 어업의 미래 기술까지 체험할수 있는 복합 에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타당성도 충분하다.
포항시가 (재)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 의뢰한 ‘포항시 국립어업역사문화관 설립 타당성 기초연구 용역’ 결과를 보면, 프로젝트나 정책의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비용 편익 비율(BC)이 1.0393으로 기준인 1.0을 넘는다. 개관 연도 연간 예상 방문객은 23만1390명으로 전망됐다.
1만1000㎡ 연 면적에 지상 4층 규모로 계획한 ‘국립어업박물관’에는 845억2000여만 원의 재정 투입을 계획하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건설사업 등)이다. 그래서 포항시는 이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 등에 사업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일반인들이 농업보다 어업에 대해 관심도가 매우 낮아서 타깃층이 좁아질 수 있는 점, 포항의 다른 관광 명소나 문화 시설과의 경쟁 구도, 유사 주제 시설과의 경쟁 심화 등의 약점이나 위협 요소가 핵심 쟁점인데, 구체적인 대책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국립어업역사문화관’의 포항 구룡포 건립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정철영 수산정책과장은 "오히려 고령화와 경제적 요인 등으로 어업인구가 급감하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어업 관련 역사·문화자원의 체계적인 전시를 통해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고, 기상이변과 기술 발달에 따라 소멸 단계에 있는 전통 어업 문화의 정체성을 찾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라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립어업역사문화관’을 건립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