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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이야기로 만나는 해파랑문화쉼터 책담회

등록일 2025-09-02 14:28 게재일 2025-09-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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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처서가 지나선지 바람의 결이 확연히 달라졌다. 그토록 뙤약볕을 내리쬐며 끝 모르게 대지를 달궈대던 태양도 말복을 지나면서 몇 차례 비가 내리자, 아침 저녁으로는 건들바람이 불고 한낮의 더위마저 숙지는 것 같아 벌써 가을의 느낌이 조금씩 묻어나는 요즘이다. 계절의 시계는 이렇게 적확한 것일까? 더위와 꿉꿉함에 눌려 심신마저 지쳐가는데, 차츰 또렷하고 맑게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생기와 활력의 추임새를 넣어주는 듯하다.

‘때는 가을철 긴 장마 개이고(時秋積雨霽)/신선하고 서늘한 기운 교외에서 불어오네(新凉入郊墟)/등불 점점 가까이할 만하니(燈火秒可親)/서책 펼쳐 읽을 만하지 않은가(簡編可卷舒)’-한유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 중

바람 서늘하고 풀벌레 소리 청아해지는 초가을은 어떤 활동을 하거나 어딜 가기에도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그중 일상에서 편리하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독서일 것이다. 선선해진 기온에 책 읽는 흥미로움과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독서는 단연 ‘가을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하여 글 공부하기 좋았기에 1500여 년 전 당나라의 문장가인 한유(韓愈)는 아들 부(符)에게 ‘등화가친(燈火可親)’을 시사하며 독서를 권면했는지도 모른다.

가을의 길목에서 산들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책바람’이 이쪽저쪽에서 생겨나 상당히 고무적이다. 혼자만의 독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책을 매개로 시민들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행사나 축제를 통해 매력적인 책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일들은 지역의 문화적인 품격을 높이고 도시의 가치 제고와 독서문화의 저변확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구룡포읍 해파랑문화쉼터에서 열린 ‘구룡포의 이야기를 담다-소소한 책담회’는 참신한 기획과 깔끔한 진행, 청중의 환호로 성황리에 마무리돼 눈길을 끌었다.

구룡포 어업인 자녀 공부방에서 시작해 읍민도서관을 거쳐 해파랑문화쉼터로 리모델링해 지난 6월 개관 이후 처음으로 열린 책담회는, 지역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주관한 문화행사의 첫걸음이다. 구룡포에 23년간 살면서 바닷가 순정한 포구와 순정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시로 담아낸 사연을 시인의 입담으로 담담히 풀어내고, 구룡포를 노래하거나 해녀의 애환이 서린 시를 시낭송가의 특색있는 음색으로 낭송하는 등 시종 감흥과 정겨움으로 어우러지는 시간이었다. 구룡포에서 살아온 얘기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통해 ‘구룡포에서 살아가는 행복’을 되새기며 문화적인 소통과 교감을 하는 자리에 보름달마저 환하게 비춰주었다.

이러한 해파랑문화쉼터 책담회는 앞으로 다양한 책과 작가들을 소개하고 지역민들과 함께하며 문학, 인문학, 교양, 자기 계발 등의 분야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 책과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생생한 소양과 지식을 더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포항시는 국내 최대 독서문화축제인 ‘2024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2025 지역독서대전 지원사업에 선정돼 음악 특성화 도서관인 포은흥해도서관에서 강연, 북토크, 북마켓, 공연, 전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책과 함께하는 축제 ‘2025 포항 독서대전’을 개최할 예정이라서 사뭇 주목된다.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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