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0개국 문화산업 공동 결의···디지털·AI 협력 선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사상 최초로 문화산업을 주제로 한 고위급 대화가 26일부터 28일까지 경주시에서 개최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5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는 APEC 21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참석해 문화산업의 미래와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회원국 간 문화 교류를 넘어 문화창조산업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공식 인정한 국제적 이정표가 됐다.
고위급대화에서는 ‘문화창조산업,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지평’이라는 주제 아래 ‘연결’, ‘혁신’, ‘번영’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과 회의가 진행됐다. 각국 대표들은 문화산업의 디지털 전환, 창작자 권리 보호,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의장국 대표로서 회의를 주재하며 “문화는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가장 쉬운 매개체이며, 공동 번영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라며 “AI와 디지털 기술이 문화산업에 가져올 변화와 기술과 창의성의 조화가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의 핵심 성과는 공동 결의문 채택이다.
참석국 대표들은 문화산업의 경제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디지털·AI 기술을 활용한 창작과 유통의 혁신을 촉진하기로 합의했다. 창작자 권리 보호와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교류 확대에도 뜻을 모았다.
멕시코를 제외한 20개국이 공동성명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으며, 일부 이견으로 ‘문화 다양성 존중 기반 협력 체제’는 제외됐지만, 향후 지속적 논의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
회의 마지막 날 열린 환송 만찬은 한국 문화의 정수를 집약한 행사로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북 전통주 시음 행사 ‘미리 만나보는 정상 만찬주’에서는 지역 양조장의 수제 전통주가 소개됐고, 신라 금속공예품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이 전시돼 천년의 미감을 전했다.
김선식 사기장이 제작한 전통 생활자기 식기세트는 만찬 테이블을 장식하며 한국 도자의 섬세함을 보여줬다. 세계태권도연맹의 공연은 한국의 정신과 역동성을 표현했고, 이어진 청소년합창단의 무대는 순수한 울림으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JYP, YG, 하이브, SM, CJ ENM 등 K-컬처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성공 사례와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까치호랑이 배지 등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뮷즈’ 기념품은 큰 관심을 끌며 문화상품의 창의성과 상업적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를 로마와 파리처럼 세계적 도시로 만들겠다”며 “이번 회의가 경주의 문화적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