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주택 거주 8가구 중 6가구 피해… 집주인 개인회생 신청·책임 회피 전세사기 대책위, 동구청 앞 기자회견… “시·구청 적극적 대책 마련을”
#대구 동구의 한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던 A씨(34)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악착같이 모은 3000만 원과 대출 1억 원을 보태 신혼집을 꾸릴 계획이었지만, 올해초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평생 첫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꿈은 산산조각 났고, 보증금은 고스란히 사라졌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각서를 남겼지만 지키지 않았고,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해 책임을 피하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절망에 빠진 A씨는 “작성한 유서만 다섯 통”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다른 피해자인 B씨(31)는 8500만 원을 들여 신혼집을 마련했으나, 근무지 발령으로 미국에 간 사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여러 차례 약속은 공허했고, 심지어 집주인에게 항의 전화를 걸자 “합천 축제에 참여 중이니 끊으라”는 답을 들었다. 그는 “가해자는 빚을 탕감받고 새 출발을 준비하는데, 나는 돌아갈 집조차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 위원회는 25일 “대구시와 동구청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과 지자체의 선제적이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대구 동구청 앞에서 ‘동구 전세사기 피해 선제적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해당 건물은 총 8가구 규모로 이들 중 2가구는 전세보증금 2억 1000만 원을, 4가구는 월세보증금 7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집주인의 개인회생 신청으로 경매 절차마저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피해자들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위원회는 “대구시와 동구청이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법의 사각지대와 편법, 책임 회피를 방조하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들은 터전을 잃고 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되짚어 예방조치와 조례 제정, 예산 확보 등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