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문화산업대화 성공 기원
경북도가 지난 24일부터 선보인 특별전시 ‘빛으로 피어나는 신라’가 관람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실이 마련된 경주 힐튼호텔 중앙로비는 사진을 촬영하는 휴대전화의 ‘찰칵’ 하는 소리와 관람객들의 탄성으로 가득 찬다.
이번 전시는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을 AI와 첨단 미디어 기술로 재해석한 공간 예술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서사적 시도로 26일부터 28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에 앞서 문화로 응답하고자 하는 경북도의 의지를 담고 있다.
윤상환 APEC 준비지원단 기획행사과장은 “문화라는 토대 위에 창의성과 첨단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산업과 미래를 창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넘어서는 전시다”고 밝혔다.
전시 공간은 황룡사 9층 목탑의 8각 기단을 모티브로 설계됐다. 전통 단청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바닥과 수직형 LED, 그리고 4개의 기둥 전면부에 설치된 LED 화면이 결합돼 웅장하고 독창적인 미디어아트를 구현한다.
특히 황룡사 9층 목탑은 국가유산청의 3D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정밀하게 재현됐다. 금령총 금관, 석굴암, 첨성대 등 신라의 대표 유산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전시실 기둥에는 LED 외에도 스틸아트(경북도의 철강산업과 첨단기술이 결합된 예술기법으로 강철 위에 여러 차례 프린팅을 더해 질감을 살리는 방식) 기법으로 제작된 금령총 금관과 천마총 금제 관식이 장식돼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종구 작가, 박대성 화백, 이홍재 작가, 정종미 작가 등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예술가들의 작품도 선보여 신라의 정신을 현대 회화로 풀어냈다.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이이남 작가와 갤러리미호(포스아트)의 협업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유튜브 조회수 6000만에 육박하는 블랙핑크 제니(JENNIE)의 ‘ZEN’ 영상도 함께 상영돼 신라의 찬란한 유산과 오늘날 K-컬처의 세계적 위상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미래 먹거리는 문화와 결합한 산업에서 나온다”며 “찬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경북은 문화를 새로운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의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문화와 기술의 융합을 통한 산업화라는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관광, 콘텐츠, 예술, 기술이 결합된 ‘문화융합산업’으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