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에게 전할 마음을 담아 정성껏 만든 키링이라 판매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통 자수로 소박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최근 늘어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수성문화원이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마련한 ‘제37기 전통문화대학 프로그램’ 의 생활자수 강좌 수강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수성문화원 갤러리 수성에서 ‘2025 전통문화대학 작품전시회’를 열고,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빚어낸 벽걸이, 컵받침, 파우치, 키링 등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생활소품 1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3년째 이 강좌를 이끌고 있는 김향미(60) 강사는 “전통자수와 서양자수를 결합해 현대인의 일상에 예술을 더하고자 했다”며 “특히 폐자원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작품까지 커리큘럼에 포함해 환경과 문화를 동시에 생각하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현재 실노리 공방 대표이자 자연닮기 업사이클링연구소장, 이화자수연구회 정회원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수강생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자수의 매력에 빠졌다.
이경남(63)씨는 “자식들이 출가한 후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다”며 “작은 소품으로 시작해 점차 규모가 커지고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완전히 매료됐다”고 전했다. 그가 최근 완성한 3폭 가리개는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동시에 자신의 노력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오가며 볼 때마다 뿌듯함이 밀려온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자랑스럽게 작품을 내걸었다.
유경순(73)씨는 자수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고 했다. “남편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남긴 모시에 정호승·나태주 시인의 시를 수놓으며 추억을 되새긴다”며 “한여름에도 수를 놓는 순간만큼은 더위도 잊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벽걸이를 완성할 때면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해진다”는 그의 작품은 전시회의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백은주(42)씨는 “선생님 가르침대로 차근차근 배우며 작품을 완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웃었다. “특히 수를 놓을 때면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돼요. 이게 바로 최고의 명상이 아닐까요?”라며 한 달간 공들인 에코백을 소개했다.
이정옥(69)씨는 은퇴 후 우연히 접한 자수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수강을 결심했다고 한다. “집에 쌓인 광목천으로 생활소품을 만들어 지인에게 선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손주를 돌보는 틈틈이 하기에 적합한 취미”라고 전했다. 6개월 만에 컵받침, 바늘꽂이, 가방 등 20여 점을 완성한 그는 “밤잠을 설칠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김향미 강사는 “과거에는 국가공인 자격증과 기능경기대회까지 있을 만큼 자수가 사랑받았지만, 지금은 기계자수와 중국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수강생 대부분이 몇 년째 꾸준히 작품을 만들며 전통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강생들은 재활용 소재 활용이나 민화와의 융합 등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자수의 현대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