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문화관광단지가 ‘미완의 꿈’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
13년째 답보 상태였던 사업에 안동시와 경북도가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2002년 시작된 안동문화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올해까지 총 568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8월 기준 개발률 58.4%, 분양률은 47%에 그치고 있다. 워터파크는 수년째 설계 단계에서 멈춰 있고, 콘도미니엄 사업은 무산됐다.
민자유치 실적도 전체 사업비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분양 문의조차 거의 없는 상황은 사업의 매력도와 신뢰도에 의문을 던진다. 특히 2018년부터 작성된 사후환경영향조사서조차 사실과 다르다는 문제까지 제기된 바 있다.
콘텐츠 측면의 한계도 뚜렷하다. 유교문화 중심의 단조로운 테마는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유교랜드와 한국국학진흥원 간 기능 중복, 외곽에 위치한 컨벤션센터 등도 관광객 유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중간평가에서도 지적됐다.
경북도의회 김대일 의원은 “공사 북부지사의 전문성 부족과 마케팅 공백이 개발 지연의 핵심 원인”이라며 “마케팅본부장이 3년째 공석인 상황에서 민간 투자 유치는 요원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행정의 전문성과 실행력 부족이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취지다.
이에 안동시와 경북도,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지난 5일 연석회의를 열고 △주요 관광개발 예정 부지의 용적률·건폐율 상향을 포함한 규제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담 창구 운영 △처리 기한 단축 등을 검토했다. 또 투자 대상지별 개발 조건 사전 안내, 유관 기관 간 협업을 통한 효율적인 투자 지원 체계 구축 등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지역의 잠재력 있는 관광 자원에 전략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이라며 “공사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유교문화 외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 확대 △셔틀버스 및 순환형 교통망 구축 △마케팅 전담 조직 신설 △사후환경조사서 전면 재검토 △투자자 대상 맞춤형 인센티브 제공 등을 핵심 개선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동문 지역 주민들도 단지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고택 캠핑·전통주 시음회·한복 체험과 SNS 인증 이벤트 △야경 조명 설치·야시장 운영·별빛 콘서트 등 야간관광 활성화 △카페·공방·팝업스토어 유치 등 청년 창업공간 조성 △셔틀버스 도입 및 순환형 관광버스 운영 △관광객 환대 문화 조성과 환경 정비를 통한 이미지 개선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안동문화관광단지는 안동의 미래를 담는 그릇이다. 하지만 그 그릇이 비어 있다면 아무리 크고 화려해도 의미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 규모보다 콘텐츠, 그리고 행정보다 시민 중심의 시선이다. 안동이 진정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실행력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