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불해수욕장 15년째 여름 명물 ‘백합 줍기 체험’
2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 잔잔한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아이들의 함성이 해변을 채운다. 모래사장을 손으로 뒤적이던 한 아이가 “여기 있다!”라고 외치자, 가족들의 박수가 터진다. 손바닥만 한 백합 조개 하나가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곳의 여름 명물, ‘백합 줍기 체험’이 올해도 시작됐다. 고래불해수욕장 운영위원회와 지역 청년 단체인 고래불청년회가 공동 주최하며, 별다른 장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가족 단위 피서객에게 인기가 높다.
대구에서 아이와 함께 찾은 박소연(38) 씨는 “처음엔 정말 조개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아이가 직접 조개를 찾으니 너무 좋아하더라”며 “스마트폰보다 모래를 파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행사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1,000여 명이 넘는 피서객이 몰렸다. 일부 관광객은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조개를 즉석에서 구워 먹기도 한다. 행사 주최 측은 백합탕, 백합 해물파전 등 간단한 먹거리도 무료로 제공했다.
고래불해수욕장은 수심이 완만하고 모래가 고와 가족 피서지로 일찍이 알려진 곳이다. 백합 줍기 체험이 더해지면서 관광객들의 체류 시간은 물론 지역 상권의 매출도 함께 늘고 있다. 인근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9) 씨는 “이 행사 덕분에 여름 장사가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아이들과 함께 찾는 손님들을 위해 메뉴도 다양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래불해수욕장 인근에는 민박과 카페, 식당 등이 밀집해 있어 체험 참가자의 유입은 곧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래불해수욕장 운영위원회 이진우 위원장은 “자연을 보호하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드는 체험형 콘텐츠로 고래불해수욕장을 전국에서 특색 있는 해수욕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행 트렌드는 SNS ‘핫플’보다는 ‘로컬’의 진짜 매력을 찾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래불의 ‘백합 줍기’는 이러한 변화에 부합하는 체험형 관광 모델로, 관광객이 소비자가 아닌 지역과 관계를 맺는 참여자로서 자리 잡는 흐름을 보여준다.
고래불해수욕장의 백합 조개 줍기 체험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역 공동체와 자연, 관광객이 함께 만든 지속 가능한 여름 피서의 상징이 되고 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