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 포기 소매 5200원 돌파 채소와 과일 중심으로 물가 상승 폭우·폭염으로 농작물 피해 속출 수박 출하 차질…가격 상승 예상
장마철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다시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석 달 만에 반등했다.
21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는 5200원을 돌파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약 45% 급등한 수치다. 깻잎은 같은 기간 11%, 시금치는 두 배 이상 올랐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잎채소 특성상, 초여름 이른 폭염으로 생육 부진이 이어졌고, 잎이 녹아버리는 피해도 속출했다.
여기에 지난주 내린 집중호우가 농경지를 덮치면서 작황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호우로 인한 전국 농작물 침수 면적은 총 2만8491헥타르(㏊)에 달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침수 피해도 컸다. 대구경북의 농작물 침수 면적은 77㏊로, 전날보다 26.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구에서는 벼 10㏊, 고추 0.5㏊ 등 총 20.6㏊가 침수됐고, 경북은 멜론 8㏊, 쪽파 0.7㏊ 등 56.4㏊의 피해가 발생했다.
배추 가격 상승은 생산자물가지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77(2020년=100)로, 전월보다 0.1% 상승하며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는 4월(-0.2%), 5월(-0.4%)의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오른 것이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이 0.6% 상승했으며, 특히 축산물(2.4%)과 농산물(1.5%)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세부 품목 가운데 배추는 무려 31.1% 뛰었고, 돼지고기(9.5%), 달걀(4.4%), 위탁매매 수수료(10.8%)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소비자 체감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수박 한 통 소매가는 사상 처음으로 3만 원을 넘겼다.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던 충남 부여·논산 지역은 전국 수박 재배면적의 20%를 차지하는 대표 산지다. 이들 지역에서 수확과 출하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이 더욱 뛸 것으로 보인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박수라(55·남구 대명동) 씨는 “장 볼 때마다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며 “김장철엔 절임배추 예약도 못 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비축 물량 방출과 할인 쿠폰 지원 확대 등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생육 상황이 불안정한 품목을 중심으로 산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가격 급등 품목에 대해 단계별 대응책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