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한 고교에서 일어난 시험지 유출 사고는 관련자 3명이 구속되고 해당 학생이 퇴학 결정되면서 일단 마무리되었으나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크다.
학부모와 기간제 교사가 짜고 한밤중에 학교에 들어가 시험지를 훔치려 했고, 학교시설 관계자는 이를 묵인하는 과정 등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교육에 대한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자녀의 성적관리에 매몰된 학부모의 삐뚤어진 교육열과 이에 동조한 교사의 비도덕적 행위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해당 학생의 성적이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시험지 유출이 이번만이 아닐 것으로 유추가 된다. 경찰 조사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황 등이 밝혀지겠지만 가장 엄정하고 엄숙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 비도덕적 범죄가 벌어진 것은 개탄할 일이다.
교육 당국이 나서 성적관리 전반에 대한 매뉴얼 점검을 벌이고 있으나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정 학생이 부정한 방법으로 성적이 올랐다면 묵묵히 공부해온 많은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되는데, 그들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민감한 시기의 학생들이 받을 심리적 충격을 어떻게 달래 줄 것인지 등이 숙제다.
시험은 공정성이 기본 잣대다. 성적평가로 상급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현행 교육제도 아래 불공정한 방법으로 성적이 조작된다면 교육의 신뢰는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학교에서의 시험지 유출 사고는 전국에서 종종 벌어진다. 지난달 말 전주의 한 중학교에선 쓰레기통에 기말 시험지가 버려져 있는 것이 발견돼 학교가 시험 일정을 미루는 소동을 벌였다.
이번 사건을 한 학부모의 일탈이나 기간제 교사의 부도덕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긴장감을 갖고 학사를 관리하고 있는지도 반성할 문제다. 이것이 또 다른 현장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시험지 관리의 보안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확실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교육 신뢰를 찾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