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음식점·미용실 등 231곳 운영 중 세탁비 2500원·짜장면 4000원·커트 5000원
고물가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착한가격업소’가 주목받고 있다. 포항에만 무려 231곳이 운영 중으로 지역 상권과 시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착한가격업소’는 정부와 지자체가 물가 안정을 위해 2011년부터 지정해온 곳으로,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업소를 말한다. 가격·위생·공공성 등을 심사해 선정하며, 상수도 요금 감면·물품 지원·지도 앱 연동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하고, 업소는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시민과 상인이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적으로 1만 910개소(7월 9일 기준)가 지정됐으며, 포항은 이 중 231개소다.
업종별로는 미용업 94곳, 한식 78곳, 이용업 21곳, 기타 요식업 19곳, 목욕업 6곳, 중식 5곳, 일식 4곳, 세탁업·숙박업이 각각 2곳씩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가격 경쟁력이 더욱 돋보인다.
원두커피 1000원(길커피·남구 송도동), 와이셔츠 세탁비 2500원(대명세탁소·북구 죽도동), 손칼국수 3000원(그린손칼국수·남구 오천읍), 짜장면 4000원(짬뽕앤짜장·남구 오천읍), 목욕료(대인) 4000원(효자목욕탕·남구 대잠동), 커트 5000원(송죽미용실·북구 신흥동) 등 최저가 수준의 업소도 많아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파마 가격이 1만 5000원인 북구 신흥동의 한 미용실은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머리에 롯드를 감고 줄지어 앉아있는 손님들의 모습이 이곳의 인기를 짐작게 했다.
단골손님 김모 씨(75·북구 창포동)는 “여기가 착한가격업소라는 걸 입소문으로 알게 됐다”라며 “나처럼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세상에 파마가 1만 5000원인 데가 어딨느냐”며 “너무 싸서 손님들이 오히려 가격 좀 올리라고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미용실을 21년째 운영 중인 최경자 씨(74)는 “처음부터 착한가격업소로 시작했다”며 “가격이 저렴하다고 대충 하지 않는다. 좋은 약을 써서 정성 들여 시술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님들이 고마워하고 칭찬해 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라며 “그 재미에 계속하게 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같은 착한가격업소 관련 정보는 행정안전부 착한가격업소 누리집(https://www.goodpric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차 가능 여부, 와이파이 제공 등 편의시설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업소마다 편의시설 수준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강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 경제에 밝은 한 전문가는 “착한가격업소는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라며 “아무래도 착한 가격을 유지하려면 일반적인 기초 편의시설 등에서는 만족감이 뒤떨어질 수있겠지만, 지자체가 백년가게 등과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홍보에 관심을 둔다면 이 같은 서민들을 위한 가게들도 어려운 시기에 생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요즘, 실속 있는 소비를 원한다면 가까운 착한가격업소에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