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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는

등록일 2025-06-24 18:31 게재일 2025-06-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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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균

필사의 힘으로

바위를 붙들고 나무가 산다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의

어미가 산다

 

모르는 척, 백 번의 달이 뜨고

 

해가 뜨고

 

그것들을 지나가려고 바람이 산다

 

바람이 빈방에 와 있다

 

벽에 붙은 크고 작은 행성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절벽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린 새를 잃은 어미 새의 삶이 그러할까. 그럼에도 삶을 악착같이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필사의 힘으로/바위를 붙들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저 나무의 모습을 보면. 해와 달은 이들의 삶을 매일 들여다보지만 “모르는 척” 무심하다. 하나 바람은 이들을 지나치지 않는다. 이들의 ‘빈방’ 앞을 서성이다가, ‘행성’의 빛을 방에 불어넣어준다. 희망이라는 빛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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