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철
아직 나는
유년의 대륙을 찾지 못해
고독을 어깨에 짊어지고
증오를 직업으로 삼은 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리움은 쉽게 마모되고
희망은 마약인가.
가진 자들이 사이코패스가 되어 눈 부라리는
엄혹한 세상에서
나는 저주받은 시나 쓴다.
나의 누이, 플라타너스여
내 유년의 대륙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 가서
쓸모없는 나무가 되고 싶다.
….
저주받은 시인. 현대 시인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시인은 이 운명의 전통을 살아가는 중이다. 가진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세계와는 화해할 수 없기에, 시인은 “증오를 직업으로 삼”고 “저주받은 시나” 쓰며 살아간다. “마모되”는 그리움을 품고 마약 같은 희망을 마시며. 하여, 그는 “고독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행복했던 유년이 있던 대륙으로. 그곳에서 쓸모없는 나무가 되어 서 있고 싶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