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또 혼자다

등록일 2025-06-18 18:15 게재일 2025-06-19 18면
스크랩버튼
김시림

영등포에서 기차를 타고 옥천에 간다

 

옆자리에 꽁지머리 총각이 앉았다가

수원역에서 내리고

 

한참 빈자리로 가다가

빨간 머리 여자가 타고 내린 후

 

또 혼자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문득문득 아려오던 명치

 

옆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고 또 비우며

같이, 또 따로

종착역까지 가는 여정이다

인생이란 혼자 가는 여행일까. 누군가와 같이 가는 것 같았지만 결국은 혼자 가고 있음을 문득 깨달을 때가 있는 것이다. 시인은 기차를 타고 가다 혼자임을 자각하고는 ‘너’와의 헤어짐을 기억한다. 명치가 아려오는, 몸으로 인지되는 기억을. 하지만 빈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가 내린다는 현상을 시인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같이, 또 따로” 가는 것이 인생의 여정임을 말이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