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젊은 날 우리 한 사랑을 돌아보지 마오
눈 비비면 후드득 떨어지는 소금 같은 시절
뙤약볕 아래
물 새는 병을 쥐고 서서
뽑을 것처럼 머리채를 움켜쥐고 극치를 맞던
몸부림을 곱씹지 마오
(중략)
단 우리가 열일곱으로 돌아갈 것인가만 생각하오
이 세상 다 신어야 할 구두는 얼마나 많을 것인지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아침
이마에 내려앉은 슬픔의 그림자 따라
좋은 옷 한 벌 훔쳐 내달릴 수 있을 것인지
(하략)
성인이 된 이라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을 터, 시인은 이 “사랑을 돌아보지” 말자고 한다. 점점 병에서 물은 빠져나가는데 “뙤약볕 아래”에 있게 했던, 그러다 극치의 몸부림을 치게 했던 첫사랑. 시인은 그 사랑을 돌아보는 대신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한다. 첫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듯이. 지금도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아침”을 맞이해야 하기에. 하나 그 회귀는 “슬픔의 그림자”를 따라가야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