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숙
한 톨의 빛은 밤을 머금고 출현한다
(중략)
경복궁역 나와서 광화문 동십자각 지나/ 송현공원 앞 헌재 방향으로/ 활처럼 불룩하게 휘어진 도로를 밟고/ 펑! 펑! 지구가 왜 이렇게 빨리 도느냐고
무지막지한 밀도 속으로 넘어가는/ 당신으로부터 나를 구분할 수 없다/ 전류가 흐르는 손을 쥐어 주며/ 다음번 사랑은 여기서 시작이라고
한 톨의 빛은 두 개의 밤에 필라멘트를 꽂고
어떤 상태가 아니라/ 너는 사태에 가깝다
미래의 가장 짧은 선분들/ 이토록 바짝 별들이 집결하는
…….
‘다시 만난 세계’는 이번 ‘빛의 혁명’에서 새 세대의 운동가가 된 ‘소녀시대’의 노래 제목. 시인은 ‘헌법재판소’의 판정을 촉구하며 ‘헌재’ 앞으로 행진하는 시위에 참여한다. 이때 젊은이들이 합창한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을 것. 이 행진의 “무지막지한 밀도 속”에 빨려든 시인은 “다음번 사랑”이 “여기서 시작”할 것임을 감지한다. 필라멘트가 된 이들의 빛이, 밤을 밝혀 연결하는 “미래의 가장 짧은 선분들”임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