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대시민 토론회 ‘그 날’ 전문가 의견 공유·시민 궁긍증 해소 활성단층 존재 지역 사업지 선정 사전위험 검토 미흡 등 중대 과실 정신적 피해 불인정 항소심 결과 정부 입장만 대변하는 편파 판정 끝까지 책임 물어 합당한 배상을
1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포항지진 대시민 토론회 ‘그날’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공봉학 공동소송단 대표 변호사는 포항촉발지진 소송 개요와 경과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공 변호사는 “1심에서는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시민들은 물론 저희 소송 대리인단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열발전은 단순한 민간 사업이 아니라 국가 R&D 프로젝트였다.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지역에 사업지를 선정한 점, 사전에 위험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정부와 연구기관이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담보로 무책임한 실험을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정부와 국가기관이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추진한 사업의 실패“라며 “저희는 끝까지 책임을 묻고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든 재난 피해자들에게 응답해야 한다는 점을 대법원에서 분명히 확인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과학자의 관점에서 지열발전사업 추진 과정의 중대한 과실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연구사업단은 미국 Fenton Hill Project의 교훈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지진구름 형태의 인공저류 층이 만들어지기 전에 주입정과 생산정을 무리하게 연결 시키려고 엄청나게 높은 수압을 가해 포항지진을 촉발시킨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사업단은 지진자료와 지질자료의 관리 부실과 과학적 분석 미비로 PX-2 주입정과 PX-1 생산정 사이의 물 흐름을 막고 있는 대규모 포항지진단층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과학적 분석 결여로 이 단층대가 잠재위험단층임을 모르는 채 이 단층대에 거의 직접적으로 고압의 물을 주입해 포항지진을 촉발시킨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희 포항공대 교수는 ‘지진 재난과 포항 시민의 자아 불확실성’을 주제로 재난 이후 남겨진 피해 시민들의 불안, 고통, 소외감, 차별, 자존감 훼손 등의 고통과 상처를 인문 사회학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국운 한동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법률, 심리, 지역사회 문제를 폭넓게 짚었다. 백강훈 포항시의원은 토론자로 참여해 항소심 판결의 쟁점과 소송 과정의 문제점,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포항지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시민들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정부 입장만 대변하는 편파 판결”이라며 “지진 피해자들이 엄청난 실망감과 억울함을 느끼고 있는 만큼 대법원에서는 반드시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항소심 판결 이후 시민들이 느낀 충격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합당한 배상 판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방안을 동원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향후 대응을 위한 전략과 정보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모든 분들이 함께 노력해서 대법원에서 꼭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