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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은 흐르고

경북매일
등록일 2025-06-04 18:15 게재일 2025-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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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세복

물안리는 앞 냇가가 있고

뒤 냇가도 있었다

어딜 가나 징검돌 사이로

송사리 떼가 올망졸망했다

어느 해였던가

조등弔燈 아래

퉁퉁 부은 눈망울들을 닮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채

낮은 발소리

물낯 비치는 옅은 그림자에도

해진 지느러미를 서로

툭툭, 쳐대곤 했다

가장家長 잃고

물결 헤집던

그해 여름 끝자락이었다

지익직 흑백 영화 한 편이었다

….

냇물 속을 헤엄치는 송사리 떼의 ‘올망졸망’한 모습에서, 시인은 “조등 아래/퉁퉁 부은 눈망울들을” 떠올린다. ‘가장’이 돌아가시고, 시인을 포함한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눈을 붉히고 있었으리라. 냇물 위에 해가 지며 드리우는 옅은 그림자를 “툭툭, 쳐대”는 송사리들은 그 가장 없는 세상을 헤집고 다녀야 하는 아이들처럼 보인다. 깊은 슬픔의 그림자는, 이렇게 어느 때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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