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세복
물안리는 앞 냇가가 있고
뒤 냇가도 있었다
어딜 가나 징검돌 사이로
송사리 떼가 올망졸망했다
어느 해였던가
조등弔燈 아래
퉁퉁 부은 눈망울들을 닮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채
낮은 발소리
물낯 비치는 옅은 그림자에도
해진 지느러미를 서로
툭툭, 쳐대곤 했다
가장家長 잃고
물결 헤집던
그해 여름 끝자락이었다
지익직 흑백 영화 한 편이었다
….
냇물 속을 헤엄치는 송사리 떼의 ‘올망졸망’한 모습에서, 시인은 “조등 아래/퉁퉁 부은 눈망울들을” 떠올린다. ‘가장’이 돌아가시고, 시인을 포함한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눈을 붉히고 있었으리라. 냇물 위에 해가 지며 드리우는 옅은 그림자를 “툭툭, 쳐대”는 송사리들은 그 가장 없는 세상을 헤집고 다녀야 하는 아이들처럼 보인다. 깊은 슬픔의 그림자는, 이렇게 어느 때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