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
구정물이 다 내게로 와서 오늘 나는 걸레 모르는 남자들이 나를 넘어갔지 물과 진흙과 발자국의 감정을 알 것도 같고 그 깊이만큼 내려가 있는 것도 같고 너덜너덜한 조각을 이어 붙여 어떤 예술가는 날개를 만들고 어떤 엄마는 집 주소를 만들지만 나는 다 떨어진 구름처럼 언제든 흩어지거나 버려질 운명을 타고난 것도 같고 인간적이라는 말은 우리 집 고양이만 알고 내가 알고 있는 신들은 모두 지붕 위의 대나무처럼 과거만 알아서 나는 내가 사람인 것도 잊고 잠만 자는 것 같고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이 어두운 것은
……
이 시인은 바닥까지 내려갔던 삶을 살았던 때가 있었던 듯하다. “물과 진흙과 발자국의 감정을 알” 수 있었던 삶. 예술가는 그러한 삶의 “너덜너덜한 조각을 이어 붙여 날개를 만들”지만, 시인은 “구름처럼 언제든 흩어지거나 버려질” 뿐이었다고. 신은 미래를 밝혀주지 않았으며, 하여 그에게 남은 “어두운 것”은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다고. 하나 그 얼룩이 시를 쓰게 만드는 동기가 되어주지 않았겠는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