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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밥을 굶는다면… 가슴이 철렁했죠”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05-22 15:49 게재일 2025-05-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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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람 ‘선한영향력 가게’ 동참 포항 북구 박명현씨
결식 우려 있는 아동이 찾아와서
급식카드 제시하면 따뜻한 한끼
직원에 “먼저 환하게 웃어요” 당부
불편함 느끼지 않도록 먼저 배려
“결식이라는 단어 없는 세상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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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없는 그날까지 따뜻한 밥상을 지키겠습니다”

22일 포항시 북구의 한 중식당. 짜장면과 탕수육 냄새가 고소하게 풍기는 이곳은 따뜻한 밥 한 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한 사람의 진심이 오롯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이 식당주인 박명현씨(46)<사진>는 2년 전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운영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어느 날 그는 문득 “내가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어떻게 이웃과 나눌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던 중 그는 뉴스를 통해 결식아동 문제를 접했다.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은 현실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입니다. 내 아이가 밥을 굶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어요. 그 순간부터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박씨는 고민 끝에 ‘선한영향력가게’ 운동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선한영향력가게는 전국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공헌 네트워크이다.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이 급식카드를 제시하면 식사비를 받지 않고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한다.

박씨는 조용히 이 운동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그의 따뜻한 마음은 어느새 아이들에게 닿았다.

“매달 한 번씩 꼭 찾아오는 형제가 있어요. 손을 꼭 잡고 들어와 늘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메뉴를 주문하죠. 음식을 기다리며 반짝이는 눈빛, 식사를 마치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 아이들을 볼 때 마다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아이들이 급식카드를 꺼내는 순간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이나 눈치를 없애기 위해 직원 교육에도 신경을 쓴다.

“결제할 때 급식카드를 내밀면 반드시 먼저 환하게 웃어달라고 당부합니다. 이 가게에서 만큼은 어떤 차별도, 어떤 부담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적어도 이곳에선 마음 편히 밥을 먹었으면 합니다”

수익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아이들의 식사 한 끼가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저희도 결코 넉넉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밥을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더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작은 시작이지만 이런 움직임이 주변 가게들로 점차 퍼져나간다면 정말 큰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박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단순한 무료 식사가 아니라 결식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세상이다.

“아직은 작은 실천이지만 언젠가 결식아동이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그날까지 저희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오늘도 박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주방에서는 볶음밥이 익어간다. 이름 모를 아이들이 이곳에서 한 끼를 먹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밥상 위에는 음식과 식당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 놓여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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