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대나무는 자신의 가장 외곽에 있다
끝이다 싶은 곳에 끝을 끄을고
한 마디를 더 뽑아올리는 게
대나무다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제 몸을 얻는다
뱀의 혀처럼 갈라지고 갈라져서
새잎을 뽑아낸다
만약 생장이 다하였다면 거기에 마디가 있을 것이다
마디는 최종점이자 시작점,
공중을 차지하가 위해 그는
마디와 마디 사이를 비워놓는다
그 사이에 꽉 찬 공란을 젖처럼 빨며 뻗어간다
풀인가 나무인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신이 자신의 첨단이 된 자들을 보라
…
시인은 사물에 대한 사색과 관찰을 통해 삶의 통찰을 얻곤 한다. 위의 시는 대나무로부터 “자신이 자신의 첨단이” 되는 법을 읽어낸다. 끝에서 “한 마다를 더 뽑아올”리고는 “뱀의 혀처럼 갈라”져서 “새잎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대나무는 첨단을 살아간다는 것. 나아가 대나무는 정말 끝에 다다랐을 땐 새로운 마디를 시작한다. 마디와 마디 사이 “공란을 젖처럼 빨”면서. 시인이 전범으로 삼아야 할 대나무의 삶.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