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고독한 자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5-15 19:10 게재일 2025-05-16 18면
스크랩버튼
프리드리히 니체(이민영 옮김)

나는 남을 좇는 것도, 남을 이끄는 것도 싫다

복종은 어떠냐고? 싫다! 게다가 당치 않은 소리-남을 지배하다니!

스스로 공포를 조장하는 자가 아니면

어찌 남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을까.

 

남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자만이 남을 이끌 수도 있으니

스스로 나 자신을 이끌어가는 것조차 나는 싫다!

숲과-바다의 생물들처럼 천천히 시간을 들여 길을 잃고 헤매며

사랑스러운 미로 속에 웅크리고 앉아 생각에 빠져들다

마침내는 저 멀리로부터 집으로 유혹당하는 것을 나는 사랑한다.

나를 나 자신에게 유혹하는 것을 나는 사랑한다.

철학자 니체는 시인이기도 했다. 위의 시는 그가 자유를 사랑한 시인이었음을 보여준다. 공포를 조장하는 권력에 대한 철저한 거부, 그것은 지배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니체는 자기가 자신을 지배하여 이끄는 것도 거부한다. 천천히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그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 하여 그에겐 미로가 사랑스럽다. 이 미로 안에서야말로 “저 멀리로부터 집으로 유혹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에.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